“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요”

“처음엔 학생 차비 낸다고 기사님들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어요. 그런데 나중엔 학생인걸 알고 농담도 하시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해 주시더군요.” ‘졸업평점 4.0’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50대의 만학도가 4.37점의 평균학점, 게다가 7학기 만에 대학을 졸업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화제의 주인공은 청주대 후기 수여식에서 최고령에 수석으로 졸업하게 되는 조국분씨(50세). 조씨는 4.5점 만점에 4.37점의 대학평점을 받아 졸업생 가운데 최고성적을 기록, 눈길을 끌었다. “그냥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어요. 이왕이면 대학에 가서 제대로 공부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막연히 대학을 가자고 마음은 먹었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무엇을 가지고 해야 할지 처음엔 막막했다. “우선 EBS 방송교재를 다 샀어요. 그리고 열심히 방송보고 모르는 건 그냥 외웠어요.”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는지 그녀는 2002학년도 입시에서 청주대 불문과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전부터 어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전공은 불문학를 선택했던 것. 하지만 막상 입학을 하자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는 조씨. “이거, 나이 많다고 왕따 당하지 않을까? 은근히 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결심했죠. 일단은 공부를 열심히 하자. 그래야 아이들과도 어울릴 수 있고 학교생활도 잘 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죠.” 4년의 대학 생활동안 마음속에 새기고 있던 각오였다. 조씨는 모르는 것은 딸 같은 학생들에게 묻고 때론 프랑스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국제전화로, 인터넷으로 과외를 받기도 했다. 결국 4년 동안 서울에서 청주로 버스 통학을 하면서 열성을 보인 결과 조씨는 3학년 2학기에는 4.5점 만점을 받고 졸업학기에는 4.36점으로 마무리 하면서 줄곳 장학금을 받았다. “수업 중엔 교수님이 항상 마지막에 저에게 질문을 하셨어요. 제가 이해한 것을 확인하시고 다음 페이지로 진도를 나가는 등 주위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죠.” 막상 졸업을 하니 다시 학교가 그립고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도 많이 보고 싶다고. 처음에는 많이 어려워하던 ‘어린’친구들이지만 나중에는 성적문제, 이성문제 등 조씨에게 상담을 요청해 고민을 나누기도 했던 사이다. “이번엔 공인중계사에 도전해서 자격증을 따 보고 싶어요. 또 나이가 들었지만 배움에 열의를 가지신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한 입학전형이 많이 생겨 만학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네요.”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