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견에 대한 관심 부족 너무 아쉬워"

“한 종이 멸종하면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이제 우리가 나서 그들을 보호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고승태 동양대 교수(생명화학공학)가 멸종 위기에 있는 불개 보존을 위해 수년간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화제다. 눈과 코, 입, 털, 발톱 등이 모두 붉은 색을 띄고 있어 ‘불개’로 불리는 이 토종견은 보통 개와는 달리 발을 잘 쓰고 집단생활을 하며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약개라고도 불리는 불개는 15년 전만 해도 영주, 안동, 충북 단양 등에 널리 분포돼 있었지만 어혈을 풀고 원기회복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많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고 교수는 일본에서 오랜 연구 뒤에 돌아왔을 때 몇 년 전만 해도 흔하게 볼 수 있던 불개가 거의 사라진 것을 보고 2000년부터 영주, 안동, 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의 마을 돌면서 불개를 닮은 개 7마리를 찾아와 캠퍼스 내 기숙사 50평의 공터에서 사육해 현재 68마리까지 늘어난 상태.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개인이 키우다 보니 사육에 힘도 들고 사료비도 만만치 않았다고. “불개들의 배설물을 치우는 것도 혼자 해야 하는 데다 기숙사 학생들의 항의가 심했어요. 하지만 요즘엔 많이 이해해주고 도와주려는 학생도 있어 보람도 느낍니다.” 최근에는 이런 고승태 교수의 노력을 학교에서도 인정, 사료비를 지원하는 등 불개 복원작업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많다. 고 교수는 “우리나라에 12종의 토종견들이 있었지만 거의 멸종하고 이젠 불개까지 멸종위기”라며 “개인이나 학교차원이 아닌 시와 정부가 나서 토종견의 보존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의 혈통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외국 개들의 혈통을 따지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방송에서도 동물에 대해 다룰 때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것은 진정한 동물사랑이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고 교수는 우선 불개를 영주시 문화재로 등록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소중한 것들을 많이 사라지고 다른 나라에 뺏겨 왔습니다. 아마 불개도 외국이었다면 잘 보존이 되었겠죠. 이제라도 정말 우리 것을 지키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주위의 많은 소중한 것들이 소리 없이 사라져왔다. 항상 옆에 있었기에 그 가치를 몰랐던 것들. 불개, 그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앞으로 많은 이들이 불러주는 이름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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