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때문 인기 떨어져···대책마련 고심

자연대학들이 고민에 빠졌다. 청년실업 위기에 따라 순수학문 학생들의 이탈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약대 시험으로 이탈율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장학금을 확대하고, 우수한 연구 토양을 갖추는 것은 기본. 특히, 학생과 밀착해 위기를 풀려는 대학이 늘고 있다.

■저학년 이탈 막아라= 서울대 자연대학은 3·4학년을 대상으로 여름·겨울 두 달 동안 ‘학부인턴제도’를 운영한다. 학생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200만원씩 지원한다. 학부생은 담당교수 실험실에서 같이 연구를 한다. 효과가 좋아 최근 3·4학년 뿐 아니라 조만간 1·2학년에게도 이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광열 서울대 자연대학 학생부학장은 “학부인턴제도에 따라 한 학기에 50~80명 가량의 학생이 교수와 함께 연구를 한다”면서 “3학년생이 준SCI급 저널에 논문을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석사와 박사 과정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석·박사 통합과정’도 운영 중이다.

한양대는 저학년때부터 연구논문을 쓸 수 있도록 확대할 방침이다. 이원철 한양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전공 교수는 “교수들이 연구 제안을 하면 학부 학생들이 지원을 한다. 졸업 논문을 잘 쓸 수 있도록 지도를 받을 수 있다”면서 “학년 제한은 특별히 하고 있지 않아 저학년도 참여가 가능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중요한 것은 ‘연구는 이런 것이다’는 것을 직접 경험토록 하는 것 아니겠나”면서 “무엇을 연구할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에 대한 밀착지도 관점에서 현재 학부제로 운영 중인 자연과학대학을 학과제로 바꾸는 이야기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밀착지도가 학생들의 이탈을 막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900명 중 올해 50여명 정도가 약대 쪽으로 빠져나간 성균관대의 경우 여러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이우성 성균관대 자연과학부장은 “교수들의 실험·실습과 밀착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집단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면서 “학생과 밀착해 가능한 소상하게 지도하는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자연과학부장은 “졸업 논문지도라든가 실험·실습 수업을 저학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장학금 규모도 늘릴 계획”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학을 택한 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이정일 고려대 이과대학 부학장 역시 학생들과의 밀착을 통해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학장은 “고려대의 경우 연구재단에서 교수들이 과제를 맡아 연구할 때 학부 학생들을 인턴으로 참여시켜 연구를 돕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논문지도 과목을 폐지하고, 3~4학년들의 연구·실습 기회를 대폭 늘렸다. 이 부학장은 이에 대해 “학부에서 대학원의 분위기를 익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학생은 1학기 동안 두 명의 교수를 선택해 연구를 돕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나 실습을 대폭 강화한 석·박사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원생의 경우에는 BK21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기도 한다.

연세대 이과대학 역시 학생들 이탈 방지를 위해 안간힘이다.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바꾸고, 전공에 대한 이해 확대에 나섰다. 전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학년부터 이과대학 교수들이 매시간 해당 학과의 현재나 미래 등에 대해 설명하는 ‘GTC(Gateway To Colleg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손영종 연세대 이과대학 부학장은 “학부제의 경우, 전공에 대해 학생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지만, ‘학생들이 1년 동안 뭘 생각하고 준비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결국 지난해에 학과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이과대학은 이밖에 학년별 담당교수제도를 통해 학생 관리에 힘을 쏟고 있으며, 대학원과의 연계를 통해 3~4학년 때 대학원 과정을 먼저 시작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손 부학장은 이와 관련 “몇 년 동안 해외대학, 혹은 카이스트나 포스텍 등에 학생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학생들을 ‘키핑(Keeping)하자는 목소리가 높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최근에는 연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희대 응용과학대학도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지난 2009년 ‘응용수학과’ ‘응용물리학과’ ‘응용화학과’ 등 자연과학 분야에 ‘응용’을 접목하고, 이어 지난해부터 학과제로 전환했다. 취업을 늘리고, 학과제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밀착 지도도 늘리겠다는 의도다. 김학원 부학장은 “1학년 때부터 교수의 지도를 받으니 아무래도 밀착도가 올라가게 마련”이라며 “커리큘럼 중에서 기숙사 프로그램 등을 통한 지도도 있고, 그리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 취업을 장려키 위해 기업들을 초빙해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설명회도 자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 부학장은 “학부제 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인데, 현재 반응이 좋다”면서 “작년 여름부터 현장연수 프로그램과 함께 전공과 영어를 접목시킨 해외인턴 제도도 시행 중이다. 호주 쪽에 한 달 정도 학생을 보내는 프로그램인데,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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