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열 건동대 총장은 학생들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대학을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입학할 때 기초 학업능력이 다소 뒤떨어지더라도 졸업 후 성공한 사회인으로 길러내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우선 6월로 다가온 학자금 대출제한대학 평가에서 ‘부실대학’ 꼬리표를 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년제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각종 평가지표에서 불리한 게 사실이지만, 적극적 지표 개선 노력으로 이를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부실대학 탈출이란 지상과제를 해결하고 나면 건동대 7개 학과 특성화에 힘 쏟아 ‘창조대학’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존의 지식과 부를 관리하는 대학이 아닌 ‘창출’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는 게 방 총장의 지론. 건동대만의 블루오션을 찾아 총장 임기 동안 대학 전국화와 발전의 기초를 닦을 요량이다. 프로페셔널 스포츠맨으로는 처음 4년제대 총장을 맡아 구성원의 ‘팀워크’부터 다져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세간에서 스포츠 스타 출신의 총장 취임을 주목한다. 소감은.
“지난해 11월 1일 취임했다. 총장을 공채로 초빙해 지원했는데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임명됐다. 원래 재단과는 인연이 없었다. 스포츠로 금메달을 따내고 감독도 지낸 뒤 밀린 공부 해 대학 교수로 보직까지 맡은 개인사를 높이 평가한 것 같다. 대학의 체력을 길러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취임하고 몸무게가 좀 줄었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이 됐는데 평가지표가 형평에 어긋난다. 공문도 보내봤는데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타개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 평가지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건동대는 4년제대로 전환한 지 5년째라 졸업생 관련 지표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지난해 평가 때는 아예 4년제대 전환 이후 1회 졸업생도 배출 못한 상태였다. 자연스레 취업률 지표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이런 점은 고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부에서는 대학 사정은 알지만 지표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 하지만 부실대학 문제가 시급한 건 사실인데.
“평가가 있는 6월이 굉장히 중요하다. 교수 충원율과 학생 충원율·취업률, 재단 전입금 등 크게 4가지 항목이 필요한데 필수 지표는 어느 정도 충족했다. 취업률은 지난해 전국 4년제대 192개 중 3위를 차지할 만큼 좋았다. 전입금도 재단에서 지원을 약속해 문제없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게 교수 충원이다. 요구 수치를 맞추기 위해 4월까지 교수 15명을 채용할 계획인데 교수 임용만 끝나면 부실대학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결국 정부는 규제를 통해 대학을 정리한다는 의도다.
“그렇게 가고 있는데 특히 사립대에 대한 인위적 규제와 통폐합, 퇴출은 옳지 않은 방향이다. 기업은 약육강식, 대학은 적자생존이 맞지 않나 싶다. 대학들이 자구책에 힘쓰고 있는 만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 못하는 대학은 자연히 도태될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정부 방침에 맞추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다. 정부 지원이 전무하지만 등록금을 계속 동결하고 있다. 일단 부실대학 낙인을 벗어나야 다음 행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 채용이 최우선 과제인데 교비 자체 규모를 늘릴 수 없어 구성원들을 설득해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다.”

- 화제를 바꿔보자. 건동대를 어떤 대학으로 만들고 싶은가.
“지금까지의 대학은 지식과 부를 관리하는 유형에 속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식과 부를 창출하는 대학이 돼야 하며, 이를 ‘창조대학’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건동대에는 법학·경영학·정치학 같은 기존 학문들이 없다. △신재생에너지공학과 △가스에너지공학과 △안경광학과 △사회복지학과 △행정학부 △스포츠과학부 △태권도학과 7개 학과가 전부다. 지구촌 트렌드인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발맞춰 특성화시키려고 한다. 태권도나 씨름 같은 스포츠 종목은 안동시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등 전망이 밝다.”

- 이른바 ‘창조대학’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지.
“학생들의 ‘리모델링’을 교무회의 시간마다 강조한다. 사고뭉치,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데려와 제대로 길러내고 싶다. 기초 학업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잘 가르쳐 성공한 사회인으로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누구나 젊었을 때 실수로 학업이 부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일생을 그렇게 살라는 법은 없다. 계속 얘기하니까 교수들도 동의하고 있다. 실용·실기 중심의 대학 정체성과도 맞는 방향이다.”


▲이인원 본지 회장(사진 왼쪽)과 대담 중인 방열 건동대 총장.

- 지방대가 어렵다. 대처 방안을 꼽자면.
“앞서 말했듯 대학도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타 대학이 안 하는 것들을 할 필요성이 있다. 특성화와도 연결되는데 안경광학과는 100% 취업이 가능하고, 신재생·가스에너지공학과는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지방대생의 사회 진출 문제도 어렵게만 볼 이유는 없다. 기업체 인적 구성을 보면 지방대 출신이 의외로 많다. 기업들이 소수의 우수인재는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지만, 그 외에는 다양하게 채용한다. 오히려 여러 지역에서 직원을 뽑으면 문화의 다양성이나 인성 측면에서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

- 대학 발전의 구체적 방안은 마련된 게 있나.
“건동대가 위치한 안동에 경북 도청이 이전하고 SK그룹 계열의 백신 회사도 들어온다.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을 벗어나면 캠퍼스 내 에너지 관련 연구단지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포항·울산·부산을 잇는 에너지 클러스터가 있는데 연구단지가 없지 않나. 산학협력으로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유능한 교수를 영입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또 1970년대생 베이비붐 세대를 대학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준비하는 한 대안이 될 것이다. 제2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재취업의 길을 마련해주는 것도 대학 교육의 역할이라 본다.”

- 총장의 현재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전문대학에서 4년제대로 틀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이다. 전환기에 총장을 맡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학과장 회의, 직원 과장 회의에 다 참석하며 발로 뛰고 있다. 지역 고교를 다니면서 직접 학생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도 할 생각이다. 또 그간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진솔한 삶의 얘기를 듣는 자리도 많이 마련할 예정이다.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학생들을 일깨워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결손가정에서 자랐지만 성공한 인생을 산 스티브 잡스를 학생들의 롤모델로 제시하려고 한다.”

- 임기 4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그동안 스포트라이트 받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번에 총장으로 취임하며 여생을 봉사하며 살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왔다. 4년간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하겠지만 ‘창조대학’, 학생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대학의 기본 토대를 닦을 작정이다. 전국에 대학 이름을 알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도 할 일이다. 건동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앞장서 ‘전국화 대학’으로 만들겠다.”

■ 방열 건동대 총장은…
방열 건동대 총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체육대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명 농구 스타 출신으로 선수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도 맡았다. 대표팀을 이끌고 88 서울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했으며 82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원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처장, 사회체육대학원장 등의 보직을 거쳤다. 한·일 민간교류협의회 체육위원장, 한국운동지도사학회장, 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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