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웃돌던 기부금 5천억대로 ‘급감’

사립대들이 거둬들인 기부금이 최근 5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기부 성향 변화 △해외파 출신 CEO 증가로 인한 국내 대학 기부 축소 △대학 소액 기부 문화 부족 및 정책 미비 때문 등으로 풀이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8일 공개한 ‘2010 대학교육 현황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사립대들의 기부금 수입은 5812억 원(2009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5~6년 전 1조 원을 웃돌았던 것에 비하면 ‘반토막’ 난 셈이다.

사립대 기부금은 2003년 1조 1945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사립대들은 2002~2004년 매년 1조 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았지만, 2005년 5958억 원으로 급감한 뒤 5천억 원대 전후의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개별 사립대의 평균 기부금 모금액도 2003년 37억 1천만 원에서 2009년 17억 5천만 원으로 줄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사립대 기부금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기부 성향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대학에 기부하는 대신 직접 봉사나 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회 환원에 나선 것이다.

사립대 기부금 모금액이 줄어든 반면 대표적 기부 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열매’)는 이 기간 모금액이 계속 늘어났다. 사랑의열매는 △2006년 2177억 원 △2007년 2674억 원 △2008년 2703억 원 △2009년 3318억 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불과 3년 사이 모금액이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전국사립대학재정관리자협의회 함경일 정책부회장은 “대학보다는 직접 사회에 환원하거나 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기부 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기부금 수입을 비교해보면 대학들이 줄어드는 만큼 사랑의열매 등 관련 단체 모금액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O들의 환경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못 배운 한’을 품은 CEO들이 대학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사례가 많았던 반면, 현재 CEO들은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세대 교체됐다는 것. 실제로 대학 재정 실무자들은 “최근 해외 대학에 기부할 경우 세제 혜택 등 비용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 문의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소액 기부 문화 정착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현행 정치 후원금과 유사한 세제 혜택(연 10만 원)을 대학 기부금에 도입하는 법안이 무산되는 등 난관을 맞고 있다. 함 부회장은 “국회 계류 중이던 관련 법안이 폐기됐는데, 그렇다면 다른 형태의 민간 부문 대학 기부 문화 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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