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산식이 선정대학 대폭 바꿔...예산지원보다는 타이틀 탐나

교육과학기술부가 7일 ‘2011년도 교육역량 우수전문대학’ 80개교를 발표했다. 올해는 교육역량 우수대학과 대표브랜드사업 통합 운영, 교육역량 우수대학만 WCC(세계수준 전문대학)사업 참여자격 부여, 취업률 산식 대폭 수정,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지표 차등 적용 등으로 인해 어느 해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예산지원보다는 타이틀에 솔깃 = 교육역량 우수대학이 발표되자 선정된 대학과 탈락한 대학의 희비가 극명히 교차됐다. 특히 올해 새로 선정된 대학들은 “우리 대학의 역량을 확인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전문대학들이 역량강화사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교과부로부터 우수대학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크다. 현재 정부의 전문대학 관련 지원사업은 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일원화되어 있다. 또한 올해로 역량강화사업이 4년째를 맞으면서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전문대학 내·외부에서도 대학을 평가할 때 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었는지를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올해 새로 선정된 원광보건대학의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대학을 홍보하거나 외부에서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역량강화사업 선정여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보건대학처럼 학생 충원율이 높고 재정이 탄탄한 대학은 수십억원의 사업예산이 꼭 필요해서 신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새로 선정된 숭의여자대학 윤현정 기획처장은 “예산만큼이나 값진 것은 교육역량 우수대학이라는 타이틀”이라며 “(이번 선정으로 인해) 외부에서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겠지만 내부적으로도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대학가에서는 역량강화사업이 올해 7개 대학을 선정하는 WCC사업의 참여자격이 된다는 점, 선정대학 수가 줄어들면 희소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점 등을 들어 사업의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폭 바뀐 취업률 지표, 25% 대학 물갈이 = 올해는 경기과학기술대학·농협대학·부천대학·서일대학·숭의여자대학·안산1대학·재능대학·경남정보대학·김천과학대학·김해대학·대구보건대학·대동대학·부산여자대학·신성대학·아주자동차대학·우송정보대학·원광보건대학·제주관광대학·진주보건대학 등 총 19개교가 새로 선정됐다. 이는 80개 선정대학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교과부는 올해 선정대학이 대폭 달라진 것에 대해 “취업률 지표 산식의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100% 건강보험데이터베이스(DB)에 가입된 취업자만 취업률로 환산한 점, 취업 상태의 신입생(기 취업자)은 제외한 점, 유지취업률이 반영된 점 등이 취업률 지표를 크게 바꿨고 선정 대학의 변동으로 이어졌다는 소리다.

취업률 지표 산식이 대폭 바뀌면서 가장 반색한 곳은 보건계열 대학들이다. 대구보건·진주보건·원광보건 등 3개 보건계열 전문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장상문 대구보건대학 산학협력단장은 “일부 보건계열 중에는 국가고시가 2월에 실시되는 학과도 있는데, 국가고시 합격 후 직장에 들어가는 시점은 6월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경우 지난해 역량강화사업에서는 취업률로 산정이 안 됐지만, 올해는 취업률로 모두 포함됐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계열은 △유지취업률이 매우 뛰어난 점 △계약학과나 협약학과의 인원이 소수라 기 취업자들이 비중이 작은 점 등도 등도 취업률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박주현 재능대학 산학협력과장은 “전문대학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과 직능그룹 주문식 교육사업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즉 전체적인 지표의 상승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취업률 지표를 상승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다는 말이다.

사업을 담당하는 오신종 교과부 전문대학과 사무관은 “기 취업자들의 비중이 높았던 일부 대학이 올해 산식에서는 취업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도 선정 대학이 대폭 바뀐 이유 중 하나”라며 “취업의 질을 따지는 측면에서 100% 건보DB를 기준으로 유지취업률을 반영하는 기조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공립대학 9개교, 산식 달리해도 전원 선정 = 올해 역량강화사업에서는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산식을 달리 적용, 사립대학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높았던 교육비 환원율과 10배 이상 높았던 산학협력 수익률 지표가 상당부분 보정됐다. 이에 국·공립대학 내에서도 “1개 대학정도는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예측이 나왔으나 올해도 역시 전부 선정됐다.

국·공립대학(강원도립·경남도립남해·경남도립·경북도립·전남도립·충남도립청양·충북도립·한국재활복지·한국철도 이상 9개교)이 이번 사업에도 모두 선정된 이유는 취업률·재학생 충원율 등 다른 지표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공립대는 등록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학생 충원율이 사립대학에 비해 높다. 취업률이 높은 이유도 등록금이 저렴해 우수한 자원이 많이 입학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윤기환 경남도립거창대학 산학협력단장은 “보정된 산식에서도 국·공립 대학이 모두 선정됐으니 자존심을 세운 셈”이라고 말했다.

국·공립대 전원 선정에 대해 국·공립대학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사립대학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반성의 소리도 있다. 올해 역량강화사업의 산식에서는 대학재단 차원의 투자가 많았다면 충분히 국·공립대학보다 높은 지표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내년 사업에도 국·공립대학 전체가 선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국·공립대학의 성과점수는 대부분 상위 20위 안에 랭크됐지만 올해는 50~60위권으로 떨어진 대학도 있다. 교과부가 선정 대학을 계속 줄여나갈 계획인 점을 감안할 때 탈락하는 국·공립대학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은 설득력을 얻는다.

국·공립대학의 한 산학협력단장 역시 “올해 우리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사립대학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선정됐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취업률 등 사립대학과 똑같은 지표로 평가받는 부분에 더 집중해야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액, 52억2800만원부터 4억9000만원까지 = 올해 교육역량 우수대학은 △취업률 지수 25% △정원 내 재학생 충원율 20% △산학협력 수익률 5% △교육비 환원율 20% △전임교육 확보율 10% △장학금 지급률 12% △학점관리지수 3% △등록금 인상지수 5% 등 8개 지표를 반영해 선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취업률은 20%에서 25%로, 등록금 인상지수는 2.5%에서 5%로 비중이 높아진 반면 장학금 지급률은 15%에서 12%로 비중이 다소 줄었다.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총예산은 2600억원으로 사업관리비 12억원을 제외한 2588억원이 실질사업비로 집행된다. 이 중 7일 발표한 교육역량 우수대학에 예산의 70%인 1812억원이 투입된다. 대학별 지원액은 교육지표 점수와 재학생 수 등을 반영해 결정됐다. 영진전문대학이 52억28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액을 받았으며, 가장 적은 예산을 받은 농협대학은 4억9000만원을 받았다.

예산의 30%인 776억원은 대표브랜드사업에 투입된다. 교육역량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80개 대학만 참여할 수 있으며,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결과에 따라 사업비를 차등 지원한다. 브랜드사업의 평가결과와 지원액은 5월 중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조용석 기자 (chojuri@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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