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첫 돌 맞는 김도연 서울대 공대학장

"현행 입시대로라면 물리를 못해도 공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공과대학은 학문적 특성상 수학과 물리만 봐도 그 학생의 수학능력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나 점수따기 쉬운 과목만 선택해 공대에 들어오니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인 물리는 하나도 모르는 신입생이 많습니다. 대학생들에게 고등학교에서나 배울 법한 물리를 대학 교양수업을 통해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도연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서울대 공대가 받고 있는 '외부 압력'으로 입시를 꼽았다. 모든 학생들을 평준화하는 입시로 인해 다른 연구에 사용될 수 있는 우수한 역량이 고등학교 수준의 수업을 가르치는데 낭비되는 것은 문제라는 설명이다. 김 학장은 또 과학고등학교 학생들과 인문계 출신 학생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내신 1등급이라는 것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과학고 출신은 인문계 출신자들보다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학장은 현행 서울대 이공계 면접고사에 논술시험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공계 학생들이 글을 못써도 된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주장이다. 오는 12일로 공대학장 취임 1주년을 맞는 김도연 공대학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김도연 학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후 1년 간 중점적으로 진행해 온 정책이 있다면. "전임 학장이 공대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 문제로 물러나면서 연구비 관리 제도 투명화가 급선무였다. 그 결과 새롭게 정비한 연구비 관리제도가 이제 정립단계에 들어섰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연구비는 작은 문제였고 지난 1년간 가장 애 썼던 부분이 있다면 바로 우수 학생들의 유치와 유지 방법이다. 최근 들어 젊은 학생들의 공과대학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자부심도 떨어지고 있다. 공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한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학부생들과 교수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학부생들은 미래의 대학원생이고 엔지니어다. 긴 안목으로 볼 때 학부에 대한 관심을 쏟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해 지난 1년간 학부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정책과 관련한 외부 통제는. "외부의 통제는 단과대학 차원에서 그리 심각하지 않다. 다만 입시 문제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다. 현행 입시정책 때문에 물리를 안 하고도 공대에 입학하는 학생이 많다. 공과대학은 특성상 수학과 물리만 보면 된다. 하지만 수능에서 점수 얻기 편한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오는 학생이 많다. 이에 따라 대학이 신입생들에게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준의 물리를 별도로 가르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과학고등학교 출신자와 인문계 출신자를 동일한 기준으로 뽑는 것도 비효율적인 입시정책 중 하나이다. 이공계도 논술을 봐야 한다. 이공계는 글을 못 써도 된다는 것은 편견이다. 이공계에도 글 잘 쓰는 학생이 필요하다. 공대 교육과 관련한 산업계의 커리큘럼에 대한 요구가 낮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사항 중 하나이다."
-해외석학평가 결과를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여러 전공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결과 기계공학에서는 어떤 특정한 분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도적으로 수용해 고쳐 나갈 생각이다. 강의시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격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강의시수를 낮춰야 한다는 데는 구성원들 대대수가 동의하고 있다." -신임교원 현황은. "전공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교수 3명 중 2명은 젊은 사람이, 1명은 세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왔으면 한다. 젊은 교수는 연구적인 측면에서 가능성이 열려 있고 학생과의 교류관계도 좋다. 나이가 든 사람은 이미 검증이 됐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이런 각자의 장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젊은 교수들을 임용하는 경우 임용 후 몇 년간 연구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도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할 필요도 있다." -남은 임기 1년동안 추진할 역점 과제는. "학부 교육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커리큘럼에 창업·특허 관련 교육, 글쓰기와 말하기 등의 과목을 추가해 나갈 것이다. 실제 이번 학기부터 3,4학년 커리큘럼에 공학 글쓰기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공대가 학부 교육을 강화해 우수한 엔지니어를 배출하면 30년 후 한국 사회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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