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양재림씨 시각장애 딛고 스키 국가대표

지난 2월 열린 제8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스키를 타고 경사를 쏜살같이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화여대 재학 중인 양재림<사진>(동양화 3)는 왼쪽 눈이 안 보이고 오른쪽 눈 시력마저 나빠져 사람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지만, 알파인 스키 여자 시각장애부문에 출전했다.

 

“6개월 반 만에 1.2kg의 미숙아로 태어났어요.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했는데 산소를 너무 많이 투여해 미숙아 망막증에 걸렸죠. 그래서 왼쪽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오른쪽 눈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아요.”

 

오른쪽 눈이 점차 안 좋아지는 상황에 양 씨가 스키 국가대표가 되고싶어 하자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양 씨의 아버지는 그녀가 전공인 동양화 공부를 꾸준히 하기 바랐다. 2009년에는 그녀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양 씨는 끈질기게 부모님을 설득해 결국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갑자기 오른쪽 눈이 더 안 좋아졌어요. 의사가 제 망막 세포가 노화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눈이 나빠진 게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한 시기와 겹쳐서 부모님 걱정이 더 심해지셨어요. 아버지는 제가 스키 타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셔서 더 걱정이 심하신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대회에 꼭 보러 오시라고 했죠.”

 

경기는 출전 부문에 여자가 양 씨 혼자라 시범경기로 진행됐다. 양 씨는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1차전에서는 지체·청각·시각 장애 선수를 통틀어 1위 성적을 냈고, 종합적으로 알파인 스키 시각장애부문 남녀통합 1위의 성적을 기록해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놀라운 성적으로 데뷔를 한 양 씨는 이제 어엿한 국가대표다.

늘 걱정만 하시던 아빠가 제게 잘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또 주변 분들에게 자랑도 하시고요. 그래도 여전히 부모님 입장은 조금이라도 눈에 이상이 오면 바로 그만둬야 한다. 부모님, 코치님 모두 '스키도 스키지만, 항상 학교가 먼저'라고 말씀하세요.”

 

하지만 양 씨는 자꾸 스키에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그녀의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를 넘어 2014년 소치장애인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사실 전국체전에 나가기 전부터 목표는 2014년에 소치에 고정돼 있었어요. 그래서 꾸준히 운동하고 있고 일주일에 두 번은 올림픽 공원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요. 인라인스케이트가 스키 원리와 아주 똑같거든요.”

양 씨는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뉴질랜드에 가 있을 예정이다.

8
월에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려고요.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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