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본지 공동기획] 대학경쟁력 교육에서 찾다(끝) 에필로그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한 사업 중 최고의 사업이다.”

김민구 아주대 기획처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이 학생 교육을 위해 프로그램을 고민하게 만들고, 이를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 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반면 대학이 따로 사업계획서를 준비해야할 필요도 없다. 공시지표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사업 준비로 인한 부담감이 거의 없는 셈이다.

대학 교육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점은 교육역량강화사업의 가장 큰 성과다. 학생 교육효과를 높이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강의문화까지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사업의 수혜를 받은 학생들은 좁게는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넓게는 삶의 지표까지 바꾸고 있다.

사업에 대한 대학들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1년 단위’ 사업이란 점엔 아쉬움이 컸다. ‘백년지대계’ 로 접근해야 할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보다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삶의 지표까지 바꾼 학생들=2009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최우수 사례로 꼽힌 경희대 ‘영예학생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이 대학은 매년 5월과 6월 사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생 100명을 선발한다. 선발과정에선 외국어성적이나 학업성취도도 중요하지만, 해당 학생의 성장잠재력을 눈여겨본다.

선발된 학생은 방학 기간인 7월 중순부터 ‘몰입형 기숙교육’에 들어간다. 기숙교육은 토론과 명사특강, 특별활동, 문화·예술·교양 교육 등으로 짜여 있다. 폭 넓은 교양을 쌓으며 인류가 직면한 문제도 고민한다.

프로그램의 절정은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진행되는 팀별 프로젝트다. 한 팀은 지도교수 1명과 학생 2~4명으로 구성된다. 팀별 해외봉사를 실천하거나 국내외 학술대회를 참관한다. 해외 연구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좋고 글로벌 인턴십도 권장된다. 평화·환경·인권 등 유엔이 지정한 글로벌 아젠다와 관련해 해외기관을 탐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래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을 원했던 변수현(경영학과 4)씨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자신의 진로가 바뀌었다. 그는 “팀 프로젝트로 스위스·네덜란드·독일의 사회적 은행을 다녀왔다”며 “졸업하면, 독일의 사회적 은행으로 인턴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은행이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지원하는 은행이다.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회사에 대출을 해준다거나 서민과 저소득층에 대한 소액대출(microfinance)이 주 업무다. 변 씨는 해외에서 사회적 은행을 탐방하며 “나는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영예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지표가 바뀐 셈이다.

■ 대학의 강의문화까지 바꾸다=교육역량강화사업은 대학의 강의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아주대는 ‘웹기반 과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웹상에서 과제를 내면 학생들이 답을 입력하고 그 자리에서 채점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답을 입력한 즉시 자신의 틀린 부분을 바로 알 수 있고, 같은 유형의 문제를 다시 풀어볼 수 있도록 해 학업 성취도를 높인다.

웹 과제를 실시한 2010학년도와 실시하지 않은 2008년도의 ‘수학2’ 과목 중간고사 성적을 비교해 봐도 학업성취도 향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아주대에 따르면, 하위 그룹(30점 이하)은 2008년도 9.55%에서 2010년도 5.11%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그룹(80점 이상)은 10.79%에서 19.25%로 늘어났다.

수학과 2학년 장수연씨는 “웹 과제 마감일이면 친구들과 모여 서로 모르는 부분을 묻고 토론하는 게 습관이 됐다”며 “특히 중간·기말고사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평소 웹 과제로 복습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만 체크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의 긍정적 영향은 창의력 제고로도 이어진다. 고려대 ‘자기주도 창의설계 프로그램’(CCP·Creative Challenger Program)은 그룹별 활동의 주제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창의력을 발휘하게 한다. 연구·현장탐방·실습·실험 등 무엇을 택하든 제한이 없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는 △스마트 기기에 장착 가능한 시각장애인용 인터페이스 개발 △대학 스포츠 선수와 저소득층 청소년 간 체육 멘토링 프로그램 △대학 내 도시농업 가능성 탐구 등 다양하다.

■ 지식을 현장에...지역사회에도 기여=지역사회에 기여하며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현장에 적용해 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동아대는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이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조경학과·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이 참여해 지역주민을 위한 정원을 꾸미는 게 프로그램의 골자다. 최근 부산시 사하구장애인복지관 옥상을 정원으로 꾸민 게 좋은 예다. ‘어울누리뜰’로 이름 지 어진 이 정원에는 향기정원·차밭정원·온실 등이 들어섰다. 장애인들이 직접 채소를 기를 수 있는 텃밭도 마련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일은(조경학과 4)씨는 “정원을 꾸미면서 그간 책으로 배운 지식을 현장에 적용해 볼 수 있었다”며 “공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다 보니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 것도 수확”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면서 학생들의 실습기회까지 얻은 일석이조의 사례다.

그런 만큼 대학에선 단 년도 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사업기간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김정오 연세대 기획실장은 “사업 특성에 따라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기 힘든 것들이 있음에도 사업을 1년 단위로 가져가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구 아주대 기획처장도 “교육에 대한 평가는 적어도 10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며 “1년 단위의 지원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원사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85% 재선정...1년 단위 사업 아니다”
[인터뷰] 송기동 교과부 대학지원관

“학생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송기동 교과부 대학지원관(국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의 가장 큰 성과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간 ‘연구 중심’으로 치우치며 상대적으로 등한 시 됐던 ‘교육’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켰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노력하는 대학에 대해선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원 대상을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이유다. 송 국장은 “형식은 단 년도 사업이긴 하지만 매년 85% 대학이 계속 지원을 받는다”며 “올해 못 들어가는 대학도 열심히 준비해 차기년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 교육역량강화사업이 4년차를 맞았다. 2008년 첫해 500억원 규모로 도입된 뒤 2000억원이 넘는 대형 사업으로 발전했다. 이 사업의 대표적 성과는 뭔가?

“학부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그간 대학에서 연구업적 위주로 교수를 평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교육이 덜 중요하게 평가받았다. 이 사업을 통해서 대학들은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진정한 수요자 중심 교육이 뭔지를 고민하게 됐다. 사업지원을 받는 대학들 중엔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대학도 있다. 이 또한 교육에 충실하면서 지역사회에도 봉사하는 것으로 교육역량강화사업의 긍정적인 결과다.”

- 대학들은 이 사업이 ‘1년 단위’ 사업인 점을 아쉬워한다.

“사업은 1년 단위로 지원 대상이 선정되지만, 매년 85% 이상의 대학이 재선정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단 년도 사업이라 보기 어렵다. 또 올해 지원 대상에 못 들어가도 열심히 준비하면 차기년도에는 지원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한 대학에 (사업에 참여할)기회를 열어주는 의미도 있다.”

- 정부 지원을 받는 국립대와 같은 지표로 평가받는 데에 대한 불만도 지적된다. 평가방식의 변화를 꾀할 생각은 없나.

“2008년부터 시작해 3년이 지난만큼 여러 가지 개선할 점이 있는지 검토하겠다. 내년쯤 대학들이 제기하는 요구사항을 종합 점검해 볼 생각이다. 다만 교육역량강화사업은 기존 사업단 위주의 사업과는 차별성을 띤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사업계획서를 받아 예산지원을 하는 사업보다 이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공시된 지표만 갖고 평가해 지원 대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학 당 평균 30억 원 이상의 교육지원을 하면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데서 오는 번거로움은 덜어주고 있다.”

- 이주호 장관이 올 초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면서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지원규모 확대를 강조했는데.

“장관 의지가 확고하다. 현재 기획재정부 등과 사업 예산 확대를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성과를 모아 기재부를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대학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불러온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성과를 보여준다면 기재부도 예산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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