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리부터 연구비 유용까지 줄줄이

대학가에 연구비 횡령부터 학교공사·재단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내부적으로 곪아있던 비리가 외부로 드러나면서 관련자들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대학가의 자정기능 강화도 절실하단 지적이다.

■ 연이은 자살…대학비리 '도마 위' =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에만 4명의 교수·직원이 각종 비리와 관련해 목숨을 끊었다. 지난 22~23일에는 국립대 창호비리 사건으로 충주대 전·현직 교직원이 하루 간격으로 자살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중 한명은 교육과학기술부 감사관실 이모 사무관이다. 이 사무관은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된 충주대 교직원 김모씨의 유서에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억울함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09년 충주대 시설담당 직원으로 있을 당시 특정 창호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2억여 원의 창문과 창틀의 공사를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대를 비롯해 국립대 3곳의 직원들이 돈을 받고 창호공사를 특정업체에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는 국립대 직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뇌물을 주고 38억 원 규모의 창호공사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10일에는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던 KAIST 박모 교수가 자살했다. 박 교수는 교과부 감사 결과 연구비 유용혐의가 드러나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일 대전 모 사립대에서도 1000만원의 학과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던 학과 조교가 이를 갚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연구비유용·횡령 등 비리 만연 = 관련자들을 자살에까지 이르게 한 대학 비리는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박보환 의원(한나라당)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10 국·사립대 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KAIST에 이어 연세대와 포스텍에서도 연구비 유용 혐의가 적발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 의대 A교수는 2006~2010년 연구원 인건비·장학금 등을 공동 관리하면서 1억6000여만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또 4억 원은 사용처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대학 공대 B교수도 연구원 인건비를 본인계좌로 되돌려 받아 7100만여 원을 유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대 C교수는 연구원이 아닌 교수·학생에게 6000만원을 인건비로 지급했다 적발됐다.

포스텍에선 공대 교수들이 술값으로 수백여만 원을 썼는가 하면, 연구와 무관한 강연이나 자문 등으로 출장가면서 연구비 지침에서 벗어난 여비 1800만원을 받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6일 충청지역에선 산학협력 사업을 추진 중인 교수 2명이 국고지원금과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 교수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거래한 충북도내 업체 10여 곳으로부터 수백만~수천만 원을 받아 수십 차례에 걸쳐 횡령한 의혹을 받아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연구비뿐만 아니다. 교과부 ‘2010학년도 사립대 회계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를 받은 대학 20곳 중 19곳(전문대 6곳, 대학원대학 1곳 포함)이 사립대 회계규칙 등을 어겼다.

특히 한국외대는 박철 총장과 직원 2명이 홍보비 등을 용도가 불분명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교과부 회계감사 결과 박 총장은 지난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외 홍보비 중 1억 600만 원을 현금으로 쓴 뒤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대학 교수 70여명은 억 3천여만 원대의 업무추진비와 교내 학술 연구비를 치과 치료비와 골프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대구가톨릭대에선 수익사업 담당직원이 2007부터 2010년까지 수익용 기본재산 건물의 임대보증금에서 발생한 이자수익 등 총 6379만원을 16회에 걸쳐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남서울대는 교원임용전형위원장이 교원을 신규 채용하면서 회의록을 작성하지도 않고 근거 없이 부당하게 면접대상자를 선정하고 17명을 전임 교원으로 임용했다가 이번 감사에 포착됐다.

■ 잇단 재단비리…사립대는 개인 소유? = 재단 관련 비리도 끊이지 않는 문제다. 지난 3일 거창 승강기대학에선 총장 선임과 관련, 1억 원을 교부받고 수익용 기본재산 30억 원을 임의로 처분한 A이사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또 토지브로커 B씨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뒤 감정 평가를 거치지 않고 인근 토지를 고가로 매수해 대학에 재산상 피해를 입힌 이 대학 C상임이사와 D사무국장, 토지브로커 B씨도 구속 기소됐다.

또 최근 청와대 개입 논란을 불렀던 서일대학은 재단인 세방학원 설립자 이용곤 전 이사장과 김재홍 이사 간 권력다툼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밝혀져 ‘비리백화점’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 씨의 개인비리는 물론 이 대학 교수의 자격증 장사와 연구비 횡령, 교수채용 비리 등이 줄줄이 경찰에 접수됐다.

이 중 경찰은 이 씨가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국가보조금 3억8000여만 원 중 1억8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이 대학 소속 박 모 교수가 레크리에이션 자격증 3만4000장을 팔아 얻은 수익금 29억 원 16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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