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의 ‘정석’을 꼽으라면, 경기과학기술대학을 맨 위로 올려도 좋을 것 같다. 교육역량 우수대학 선정,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평가 우수대학, 산학협력 수익률 전국 1위, 건강보험 DB연계 취업률 67.6% 등 전문대학이 부러워하는 타이틀은 모두 갖고 있다. 학과 구성 역시 ‘과학과 기술’에 방점을 찍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2의 도약을 위해 ‘경기과학기술대학’으로 교명을 새롭게 바꾼 후 만난 한영수 경기과학기술대학 총장<사진>은 차분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산학협력의 중요성과 전문대학의 발전 방향에 대해 짚어 냈다. 또 “4년제 대학보다 더 좋은 명품 전문대학을 만들 것”이라는 말에는 강한 자신감도 함께 배어 나왔다.

- ‘경기공업대학’에서 ‘경기과학기술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했는데.

교육개방과 산업구조의 변화 등 위기에 대비하고, 제2의 창학을 통한 대학혁신을 꾀하기 위해 교명을 변경했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산업과 기술의 융?복합이 빈번해지고, 사회의 수요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했고, 포괄적인 개념을 담은 교명이 필수적이었다. 또 ‘공업’이라는 단어가 요즘 학생들이 기피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와 취향을 반영할 필요성도 한몫했다.

- 교명변경 선포식에서 “교명에 맞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미래비전 2020’을 바탕으로 힘을 모으자”고 했다. 미래비전 2020이란 무엇인가?

대학 전환 10주년이 되던 2009년,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과제를 담은 ‘미래비전 2020’을 선포했다. ‘미래비전 2020’은 대한민국을 넘어서 동북아 최고의 명문 전문대학으로 도약한다는 기치 아래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대학 △교육혁신을 이끄는 대학 △국제화를 지향하는 대학 △산학협력을 주도하는 대학 △수요자가 만족하는 대학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벌 인재양성반 운영, 글로벌교육지원팀 구축, 모바일정보융합과 같은 융?복합과 개설 등도 모두 ‘미래비전 2020’ 계획의 일환이다.

- 직접 산학협력단장을 맡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전문대학에서 산학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제대로 된 산학협력체계를 갖춰야 현장중심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고, 높은 취업률도 보장할 수 있다. 또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재정능력을 갖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역시 산학협력활동이다. 이에 따라 산학협력을 단순히 산학협력단의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대학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고 생각해, 직접 산학협력단장을 맡게 됐다.

- 지난해 건보DB 연계 취업률 67.6%로 전문대학 최상위권을 기록했는데. 

높은 취업률 역시 현장밀착형 산학협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산업현장의 요구를 발 빠르게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현장맞춤형 실용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졸업 후 바로 현장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고용할 수 있다. 기업의 재교육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덜어 준 셈이다.
덧붙여 사전에 취업희망자의 구직표를 받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체계적으로 업체를 선별하고 매칭한 것도 취업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대학이 1만 7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밀집된 시화·반월공단 근처에 자리한 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 교육역량 우수대학 선정, 산학협력중심대학 우수대학 선정 등 경사가 겹치고 있다.

대학의 전반적인 교육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미래비전 2020’의 실행계획을 꾸준히 실천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산학협력단의 체질을 개선해 공격적인 산학협력을 추진해 온 것도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이 교육역량 우수대학 선정,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우수대학 선정 등으로 이어진 원동력이라고 본다.
대학의 역량이 높아지자 경쟁률도 자연스럽게 높아져 평균 7대 1이던 경쟁률은 올해 13대 1까지 상승했다.

- 학령인구 감소, 4년제 대학 선호 풍조, 4년제 대학의 학과 베끼기 등 전문대학의 위기라는 말이 많다. 진정한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은?

크게 4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는 일반대학의 정원이 획기적으로 감소해야 한다. 인구의 5%를 차지하는 4년제 대학의 취업률이 40%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2%인 전문대학의 취업률이 65%라면 고등교육정책의 중심은 직업교육과 전문대학이어야 한다. 둘째는 체계적인 전문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중학교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세워 그에 부합하는 전문 직업교육을 배워야 한다. 또 전문대학 입학 전 현장경험이 가능한 독일식 프로그램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 판단한다. 셋째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대학지원 예산에서 전문대학 비중이 너무 낮다. 넷째는 산학협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한 실용교육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 지난달 29일 전문대 명칭 및 수업연한 다양화에 관련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먼저 법안통과를 위해 애쓴 전문대교협과 교과부의 노고에 감사한다. 이를 계기로 전문대학을 4년제 대학의 하위 교육기관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전문대학 간 경쟁이 아닌 일반대학과 완전 경쟁체제를 갖추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전문대학 역시 바뀐 이름에 걸맞은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4년제보다 더 좋은 전문대학이다. 4년제 대학에 들어갈 실력이 부족해서 전문대학을 간다는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 그리고 고등직업교육을 받고 CEO가 되고 싶어서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 경기과학기술대학이 그런 명품 전문대학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영수 총장은…
1949년 서울 출생. 연세대 행정학과, 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을 거쳐 프랑스 파리 제13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상공부 중소기업정책과장, 상공자원부 통상협력국장,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장, 한국무역협회 전무이사 등을 거쳐 2009년부터 경기과학기술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상훈으로는 녹조근정훈장(1979)이 있다.


<대담 = 이정환 편집국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조용석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