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 대구가톨릭대가 ‘변화와 상승’으로 기어를 바꿔넣었다. 지난해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ACE사업)에 선정돼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대학가의 주목을 받았다. 대구·경북 대형대학 중 취업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지표 전반이 껑충 뛰어 이미지와 내실이 함께 업그레이드됐다.

이 같은 대구가톨릭대의 도약을 이끈 주인공은 2009년 취임한 소병욱 총장. 그는 사제 신분이지만 CEO형 총장이란 평판을 얻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 학과평가 시행, 강의평가 공개 등 개혁책을 과단성 있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대학에 애정이 많다. 학생들을 자식으로 생각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는 소 총장을 15일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만났다.

  

- 대학가 관심이 뜨거운 ACE사업에 선정되고 1년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ACE사업 때문에 일할 맛이 난다. ACE사업 1년이 대학의 틀을 바꿨다. 학생들부터 달라졌다. 각종 교육 지원 프로그램과 장학금 혜택이 많아져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 학생들이 스스로 사랑받고 있구나, 하고 느끼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체 구성원들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런 식으로 상승 기조가 계속되면 학령인구 감소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ACE사업이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우선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이미지를 얻었다. 외부에서도 사업 선정으로 대구가톨릭대가 많이 뜨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여러 평가지표가 좋아졌다. ACE사업은 BK21·NURI사업 등 연구 중심 지원만 하다 학부교육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좋은 변화다.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을 2배로 늘리겠다는 방침도 나오지 않았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부터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고 있어 고무적이다.”

- ACE사업에서 대구가톨릭대가 주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 다문화적 전문인 양성이다. 교양교육원 신설로 교육의 틀을 바꾸고 인성교육에도 집중 투자했다.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총장 직속의 인성교육원을 설치해 16년째 운영 중이다. 감사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추는 게 진정한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다문화 교육은 인성교육, 글로벌화 교육과 직접 연결된다. 글로벌화 하면 어학능력 기르는 것을 생각하는데 우리 대학은 다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학부교육 강화가 ACE사업의 핵심이란 얘긴데.
“취업 때문에 오히려 교양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공계는 몇 년 안에 전공지식의 쓸모가 없어진다. 새롭게 발전하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기초’가 교양교육에서 쌓여있어야 한다. 때문에 올해 중점사업을 교양교육 강화로 잡고 전담교수 5명을 뽑았다. 전공이 아닌 교양교육만 맡는 교수를 왜 뽑느냐고 하는데, 교양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ACE대학이다. 문화센터에서 하는 교양교육이 아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최근 새로 ACE대학들이 선정됐다. 사업의 보완점은 없는지.
“5월 중 연차평가를 진행한다. 2차년도를 마치고 감사를 한다는데 한국연구재단 전문가가 참여하는 컨설팅으로 방향을 바꾸면 대학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ACE대학 총장들이 장관 면담에서 이런 얘기를 했고, 이 장관도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사업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예산 이월이나 기한을 자유롭게 해줄 필요가 있다.”

 
  ▲이정환 본지 편집국장(사진 왼쪽)과 대담 중인 소병욱 총장.

소 총장의 의욕적 추진력은 ‘사랑과 희생의 리더십’에서 나온다. 신부인 그는 총장 공관 없이 캠퍼스 안 사제관에 홀로 산다. 24시간 학교에서만 지내다보니 모든 것을 학생들에게 쏟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그다. 소 총장은 “사제 수준의 삶을 교수들에게 요구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도 “뜻에 따라줘 고맙고 같이 좀 더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 성과연봉제 등 그간의 개혁 드라이브를 자평하자면.
“교수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 상승과 발전을 위한 ‘성장통’으로 본다. 사실 성과연봉제는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 제도다. 학생 취업 실적을 교수 연봉과 연계하고, 학과평가와 강의평가 공개도 밀어붙였는데 교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보완해나가겠다. 정부 방침이 대학 퇴출과 통폐합이고, 틀림없이 교수 퇴출 정책도 나올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그간의 개혁 드라이브는 오히려 교수들을 위한 제도라 생각한다.”

- 취업률 지표가 많이 오른 게 눈에 띈다. 지역 대형대학 중 1위다.
“취업률을 교수업적평가와 연계한 게 컸다. 한달에 한번씩 학과 취업률을 체크한다. 교수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런 노력 덕에 취업률이 많이 높아졌지 않느냐. 제자들을 ‘백수’·‘백조’ 만들지 말자는 교육자의 사명감을 항상 얘기한다. 지난해 70억원을 들여 취업·창업센터를 지었는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방과 후에 취업 관련 수업을 듣고, 정부 사업 선정시 학교의 의지를 읽는 계기가 된다. 취업교육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지원금도 많이 들어온다.”

-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제2창학 의지를 다졌는데.
“제2창학의 가장 큰 목표는 전국적 인지도 상승이다. 100주년기념관 짓고 행사 여는 게 준비가 아니다. 내실화가 핵심이다. 대구·경북 입학자원만으로는 대학 규모를 유지할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 영향을 받지 않는 롤모델을 만들겠다. 꼭 집어 말하자면 ‘대구·경북 사학 1위’다. 허무맹랑한 목표가 아니다. 대학정보공시 같은 객관적 지표에서 1위권에 근접했다. 구성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힘을 합치면 가능하다.”

- ‘메디 유니버시티(Medi University)’ 특성화는 어떻게 진척시킬 계획인가.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인프라를 활용해 ‘메디 시티(Medi City)’를 표방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함께 발맞춰 갈 생각이다. 지역에서 의대와 약대, 의료과학대, 간호대 등 의료 관련 단과대학 4개를 고루 갖춘 대학은 우리밖에 없다. 그동안 뇌공학연구소·의료기기연구소·감각제어연구소 등을 창립해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 안에 외자 유치를 통한 대규모 임상실험연구센터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남은 임기 동안 꼭 해야 할 일은.
“난 자식이 없다, 학생 여러분이 자식이다, 자신있게 말한다. 학생들에게 모든 걸 바쳐도 아깝지 않다. 교수들에게도 20~30년씩 일하는 이곳에서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독려한다. 계속 건물들을 리모델링하고 있고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를 목표로 기숙사 규모도 확장할 생각이다. 또 의료·디자인 분야와 이공계 투자로 특성화, 취업교육에 집중할 예정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공격적 경영으로 생존 차원을 넘어 인지도 향상의 기틀을 마련하겠다.”

■ 소병욱 총장은…
소병욱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광주가톨릭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라테란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로 서품받은 뒤 금호·황금·성바울로·큰고개성당 주임신부를 맡았다. 대구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며 의과대학 교목실장, 교목실장, 신문사 주간, 부총장 등의 학내 보직을 지냈다. 2009년 총장에 취임했으며 현재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과 지역발전위원회 광역경제권발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 = 이정환 편집국장, 정리 = 김봉구 기자, 사진 = 대구가톨릭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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