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광주교대 교수/본지 전문위원)

3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제48차 국제비교육학회(CIES)가 열렸다. 아메리카대륙의 국제/비교교육학회인데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분야 교육학자들이 모여 발표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참석하면 한 자리에서 전세계 교육의 최근 흐름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나는 1991년부터 이 학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참가할 때마다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의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는 참석자 수가 상당히 많고, 세계의 학자들도 이 나라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으며, 이 국가의 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도 많은데 유독 우리 나라의 경우만 예외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즉, 우리 나라의 경우는 참가하는 학자도 별로 없고, 우리 나라에 관해 발표가 되어도 들으러 오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으며, 우리 나라를 연구하는 다른 나라의 학자도 별로 많지 않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나아가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국내 학자들의 참여가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 비교교육프로그램이나 학과 또는 해외 지역교육전공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에는 비교교육학과나 프로그램 그리고 관련 연구소가 많아서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도 많으나 우리 나라 대학에는 교육학과만 잔뜩 있을 뿐 이 쪽 분야 학과나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특정 지역교육전문가, 혹은 비교교육전문가가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외국에서 비교교육이나 특정 지역교육 쪽으로 공부를 하고 들어와도 국내에 오면 수요가 있는 분야로 관심을 바꾸어야 한다. 그 결과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달리 국제비교교육학회 활동 자체가 위축되어 참가자가 별로 없게 된 것이다. 한국교육에 대한 발표가 별로 되지 않다 보니 외국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싶어도 갖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혹자는 한국의 교육학자 숫자가 적다거나 아니면 영어 문제가 크다고 하지만 대만이나 홍콩과 비교하면 교육학자의 숫자가 설명 변인이 되기는 어렵고, 영어 문제는 동아시아 모든 국가가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설명 변인이 되기 어렵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달리 특정 국가의 교육에 대한 전문가가 배출되지 않고 있고, 비교교육이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못한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그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없다보니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의 정책이나 제도를 그 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하고 우리 경우와 비교하지 않은 채 그냥 빌려와서 적용하다가 실패하는 역사를 반복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에 진출하고자 할 때에도 그 나라의 문화와 교육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토대 없이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의 비용으로 경험을 축적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995년에 교육부 요청으로 한국교육세계화전략을 마련할 때 지역교육전문가 양성 및 비교교육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을 부각시켰었는데 그 아이디어가 국제대학원 형태로 변형되어 적용되더니 결국은 서울의 몇몇 대학에 수백억짜리 건물 몇 개 지어주는 방식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외국의 학자들이 우리 교육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갖는 이유는 국제적 위상과 함께 기금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혹은 중앙아시아 등을 연구하기 위한 혹은 이러한 지역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ADB 혹은 IBRD 등의 기금은 있으나 우리 나라는 더 이상 수혜 대상국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일본이나 중국처럼 돈을 투자해서 외국에 한국학과를 만드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갖는 외국 학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 교육을 외국에 알리거나 외국 학자들이 우리 교육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에 실패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교육은 단순한 기술을 전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언어, 문화,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서방 선진국이 WTO라는 기구를 통해 교육이라는 무기로 동양 시장을 점령하고자 한다는 아시아 학자들의 위기 의식이 높아가고 있다. 이처럼 교육이 무역의 핵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와 학자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적이면서도 우리 나라는 영원히 교육 수입국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상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은 우리 교육을 해외에 알리는 노력 지원, 해외 학자들의 한국교육에 대한 관심 제고, 해외 지역교육전문가 양성에 관심을 갖기 바란다. 기업은 우리 교육의 문제를 지적함과 동시에 외국의 기업이 그러하듯이 지적한 교육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원도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 대학 차원에서는 모든 사범대가 유사한 프로그램의 교육학과를 운영하는 대신 지역교육전문가, 비교교육전문가를 배출하는 특성화 사범대도 생겨나기를 기대해본다. 나도 내년에는 한국 세션을 만들기 위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외 학자들과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