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 광주교대 교수, 본지 전문위원

최근에 ‘교육전쟁론(장미출판사)’이라는 책을 펴냈다. 교육전쟁론 우리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 입시지옥 현상, 그에 따른 학부모와 학생의 고통을 지위집단경쟁론 등의 기존 이론과는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고 처방을 제시하기 위한 대안적 이론이다. ‘교육전쟁론’은 우리 사회의 학력을 향한 과도한 경쟁을 경쟁의 차원에서 벗어난 ‘교육전쟁’이라고 규정을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 입시지옥 현상 등의 근본 뿌리는 지위집단경쟁론이 주장하는 학력주의가 아니라 학력주의 양상으로 표출되는 사회의 전쟁 상황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입시지옥과 같은 현상은 사회의 전쟁 상황이 교육이라는 벽에 비추어 나타난 그림자라고 본다. 사회의 전쟁 상황이 교육이라는 장을 통해 표출되는 이유는 이 사회가 교육을 개인 지위 결정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더 과도한 경쟁, 즉 교육을 향한 전쟁이 진행되는 이유는 유럽이나 미국 등과 달리 학교 선택에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직접적으로는 작용하지 않도록 최대한 제도적 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교육전쟁을 없애고자 한다면 학교 교육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을 개인의 지위 결정 기준으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교육을 향한 전쟁이 다른 그 무엇을 향한 전쟁으로 바뀔 뿐이고, 만일 ‘다른 그 무엇’이 학교교육 제도에 비해 더 공평하고 합리적인 제도가 아니라면 이 사회는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학교교육보다 더 공평하고 타당하며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우리가 차선책으로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를 사용하고 있듯이 학교제도를 지위 배분의 중심 기준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교육전쟁을 완화시키고자 한다면 영국이나 미국이 그러하듯이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학교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면 될 것이다. 그리하면 교육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집단이 제한되므로 교육전쟁은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학교는 사회 계급 재생산 수단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경직된 사회는 점차 쇠락하게 될 것이다. 교육전쟁론 관점에서 보면 더 바람직한 사회는 교육전쟁이 없거나 심하지 않은 사회가 아니라 교육전쟁이 보다 공평하고 타당한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보장된 사회이다. 하지만 교육전쟁이 치열해지면 동질화와 신뢰의 파괴라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따라서 한 편으로는 동질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전형 요소를 사용해야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객관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전형 요소 사용을 내세워 부모의 배경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해외 거주 경력 2년 이상자 또는 대학 발전 기여자 등의 기준을 끼워 넣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교육전쟁 상황하에서 객관적인 점수 이외의 기준을 사용하려고 할 때 그 기준이 그 안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평등관과 사회정의관에 부합한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전쟁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자기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자포자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입시정책이 고려해야 할 것은 교육전쟁이 사회의 쇠락이 아니라 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전쟁 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의 노력이 미래의 삶에 그리고 공동체의 발전에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이끄는 또 하나의 방향은 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함께 사는 의미를 깨닫게 하고 이러한 깨달음과 실천을 입시 전형의 중요한 요소로 도입하면 그 사회 안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전쟁을 치르는 개인들의 노력이 공동체 미래를 위해 보다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전쟁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므로 마음에 평화의 방벽을 쌓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유네스코헌장의 내용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공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므로 향후 입시 전형 요소에서 이 항목의 비중은 반드시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사회 지도자가 배출되는 대학의 입학 전형 기준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더욱 강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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