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마니타스칼리지, 몰입형 기숙교육프로그램 호평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dvanced College of Education) 지원사업(이하 ACE사업)은 지난 3월 사업신청 마감 당시 9개교 선정에 98개 대학이 몰려 평균 경쟁률 11대 1을 기록할 만큼 대학들의 관심사다. 그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부문은 재학생 1만명 이상 수도권 11개 종합대학이 뛰어들었던 ‘수도권 대형’ 부문으로, 경희대(총장 조인원)는 한양대와 숭실대 등을 누르고 유일하게 최종 선정됐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ACE사업에 선정된 경희대는 교육과정의 대대적인 개편과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 학부교육의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TF 구성하고 구성원 의견 들어 = 경희대는 작년 ACE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직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치밀한 계획을 내놓았다. ACE사업을 위해 부총장회의·학처장간담회 등 다양한 회의와 세미나를 잇달아 열었고, 사업 추진을 위한 공감대 형성에 노력했다. 특히 학부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경희대 학부교육만의 강점과 약점 등을 알고자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 이를 토대로 학부교육의 방향을 재확인하고 사업계획서의 큰 틀을 잡아나갔다.

이렇게 해서 나온 ACE사업은 크게 ‘교육과정 구성 및 운영 선진화(교양/전공/비교과)’와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지원시스템 선진화(선발/학사제도/교수-학습/지원체제/교육의 질 관리)’로 나눠 총 80여개 프로그램이 파생됐다.

서경아 기획위원회 사무국 계장은 “지난해 선정된 대학들의 보고서를 모두 입수해 분석하고, 선정 대학과의 차이를 영역별로 분석했다”며 “교수·학생·직원·본부의 요구를 설문조사로 점검하고, 공청회를 열어 점검한 후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통합해 프로그램을 도출했기 때문에 다른 대학과 달리 실무 중심의 계획서가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후마니타스칼리지 등 주효 = 프로그램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후마니타스칼리지’다. 대학은 물론 외부에서도 관심이 쏠렸던 프로그램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경희대가 이번 학기부터 ‘대학 교양교육의 본질을 되찾자’는 슬로건 아래 교양교육의 대대적인 개편을 알린 프로그램이다. 교양강좌를 듣는 학생들은 특정 학점 이상 이수 시 복수전공으로 자유교양학 학사학위를 딸 수도 있는 이른바 ‘교양대학’이다. 지금까지 전공수업에 눌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교양교육을 한 단계 끌어올릴 대안으로 불리며, 실사단에서는 “후마니타스칼리지 때문에 전공교육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학제성의 원칙, 지구성·다양성·복잡성의 원칙, 지평융합의 원칙, 비직선성의 원칙, 문제탐색의 원칙, 핵심공유의 원칙 등 6가지 원칙이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이루는 골격으로, 경희대는 이 원칙에 따라 교양교육에 대한 접근부터 달리했다. 이에 따라 △중핵교과 △배분이수교과 △기초교과 △자유이수교과 등 4개 트랙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특히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중심이 되는 중핵과목은 ‘문명전개의 지구적 문맥 I : 인간의 가치 탐색’(1학기) ‘문명전개의 지구적 문맥 II : 우리가 사는 세계’(2학기)로, 신입생들은 1년 동안 이 두 과목을 필수 이수해야 한다. 철학·문학·역사·사회·자연과학이 모두 들어가 있는 융합과목이기도 하다.


■ 몰입형 기숙 프로그램 눈길 = 후마니타스칼리지 이외에도 좋은 반응을 얻은 프로그램으로는 몰입형 기숙교육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운영 중인 경희대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이미 많은 대학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국제캠퍼스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모두 이 프로그램에 참여, 1·2학기 Freshman 세미나(3학점), 진로교육, 외국어, 체육·문화·예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과 후에 들을 수 있다. 24명의 기숙교육 프로그램 전담 교원을 중심으로 재학생 멘토와 기숙 멘토의 지원을 통해 체계적으로 운영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 밖에 교수와 학생 쌍방향 평가를 실시하는 형성적 강의-성적 평가제도 개선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교수의 강의평가는 단과대학별 전공 특성을 고려해 문항을 세분화하고, 학생의 성적평가는 지도가 포함된 성적 피드백을 강화한 게 핵심이다. 학생들의 경우 학습습관을 진단하고 스스로 학습을 진단하는 ‘학습 포트폴리오’를 의무적으로 작성한다. 기존에는 교수가 학생에게 성적을 줄 때 A·B·C 등의 점수만 줬다면, 이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이 부분이 부족하고, 이 부분은 발전했다. 이 부분은 보완하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된다.

한편, 경희대는 ACE사업 선정에 따라 오는 2015년 2월까지 총 4년 동안 연간 30억원씩 모두 120억원을 지원받는다. 특히 올해 ‘교육역량 강화사업’에도 선정돼 4년 동안 120억원을 지원받는다. 여기에 대학 자체 예산 120억원을 투입, 모두 360억원을 교육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뷰]조병춘 경희대 기획위원회 사무국장

“우리 대학은 그동안 마음껏 가르치고, 마음껏 배우는 대학을 위해 교육에 힘써 왔다. 이번 ACE사업 선정에 따라 학부교육 개선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싶다.”

조병춘 기획위원회 사무국장은 ACE사업 선정과 관련해 ‘공감대’를 강조했다. 조 사무국장은 특히 “이번 ACE사업 선정에 따라 ‘경희 정신’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는 지금까지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을 구현하는 미래 인재를 키워 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교양과 전공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교육과정과 앞서가는 지원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왔다. 대학 교양교육의 혁신을 가져온 후마니타스칼리지 등은 이러한 공감대의 대표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경희대 ACE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공과 비전공 부문으로, 둘의 조화와 균형에도 신경을 썼다. 조 사무국장은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학생의 진로개발이라는 사회 현실적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번 ACE사업을 계기로 경희대가 국내 대학들의 모범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사실 많은 대학은 이 모든 학부교육의 역할에 충실할 수 없고 전공교육과 취업교육에 치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경희대는 후마니타스칼리지라는 거교적 교양기구와 몰입형 기숙교육 프로그램 등 특색 있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전공과 비전공의 그 균형을 이루고, 나아가 국내 대학들의 지표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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