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통폐합·구조조정 자유경쟁체제로 가야

청계천 복원, 뉴타운 건설, 교통개혁, 서울 숲 조성 등 재임기간 동안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마무리해가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만났다. 이 시장은 취임이후 수도권 대학과 산학연 연계사업을 활발히 추진, 청년실업 해소와 창업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30억원 수준이던 산학연 관련 예산도 올해부터는 1천억원으로 늘렸다. “정부는 수도분할로 인한 청사 이전비용을 8조원 내지 10조원이 들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몇배가 더 소요될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이 돈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쓴다면 백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CEO 출신답게 경기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이 시장을 만나 서울시 발전계획과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방안들을 들어보았다. - 드라마 ‘영웅시대’가 요즘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 사람이 정말 저렇게 했나, 너무 과장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던데. “가끔 재방송을 보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힘들었다. 얼마 전 어느 조찬 모임에서 누가 “드라마가 미화된 것 아니냐”고 물으니 옆에 있던 어떤 사람이 “현대 원로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에 비하면 드라마는 아무것도 아니라 하더라”고 말하길래 나서기도 뭣하고 가만히 웃고만 있었다. 저 개인적으로 드라마보다 더 열심히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 기업의 CEO로 있다가 서울시 행정의 수장을 맡았는데 시장으로서 어떤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나. “과거 행정은 관료적, 관 주도로 이뤄졌지만 사회가 점차 민간주도로 바뀌면서 행정에도 변화가 와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경영을 접목시켜서 경영행정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어느 부처보다 서울시와 중앙공무원의 역할이 크다. 사실 서울시 공무원을 바꾸어 놓고 가겠다는 것이 목표다. 시장은 잠시 왔다 가지만 공무원이 바뀌면 국가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영행정을 도입하고 전략적으로 열심히 해 왔는데 이제 결과가 나타나고 있고 많은 부문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 행정도시 이전과 관련, 일부에서는 행정기관보다 교육기관을 옮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청사 이전비용으로 8조~10조원 운운하지만 실질적 비용은 30조~4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이렇게 국정의 비효율을 초래하지 말고 차라리 그 비용으로 일자리 백만개를 창출하거나 통일비용에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행정도시를 옮기는 것은 국정 효율 면에서도 떨어지고 멀지 않은 시대에 통일이 온다고 봤을 때 수도 일부를 뜯어서 남으로 옮기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또 공무원 1만2천여명이 옮겨간다 해서 지역 균형발전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거기에는 생산도 고용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대규모 대학 하나만 옮겨도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다. 신행정도시는 교육이나 과학 중심의 도시로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충청도를 위해서도 그렇고 너무 정치논리가 앞선다는 생각이 든다.” - 서울이 과밀한 것은 사실 아닌가. “과밀이라고 하지만 차츰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서울이든 수도권이든 정부가 인구과밀에 대한 대비정책을 써서는 늦다. 지금은 인구 감소에 대한 정책을 써야 한다고 본다. 서울인구는 현재 1천30만명으로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사회 전반적인 변화에 따라 정부는 인구과밀 정책보다 인구 감소, 노령화에 대한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 서울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라 모든 분야가 집중되어 있는데 어떤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역할 분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분권이라고 생각한다. 지방분권만 다 해 버리면 충청도, 전라도에서 사업하는 사람이 서울 중앙부처에 찾아올 일이 없다. 자연적으로 균형발전이 이뤄진다. 호남은 호남 특색, 강원은 강원특색이 있어야지 전국을 똑같이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실패한다. 대한민국 전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자족하는 도시로 발전할 수 없다. 신중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서울은 어떤 형태의 도시가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서울은 과거에 만들어진 도시기 때문에 계획적인 모양이 안 갖춰져 있다. 인구가 늘어나는 대로 모이는 쪽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제는 국제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는 이제 국가간 경쟁보다는 도시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은 북경, 상해, 동경, 홍콩, 싱가포르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이 결국 대표주자로서 국제화 되어야 한다. 국제도시는 환경과 문화수준에 있어서도 국제적 수준으로 가야 한다. 국제기업이 많이 들어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환경과 문화사업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서울 숲 조성 사업도 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이다. 1인당 녹지비율을 놓고 보면 아직 동경보다 부족한데 앞으로 5년이면 동경을 따라갈 수 있다.”
- 서울시와 대학간 산학연 연계사업에도 적극적인 줄 안다. 어떤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나. “서울지역에는 58개 대학이 밀집해 있고 좋은 인재들이 많이 길러지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지식과 아이디어가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학연 사업의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등 산학연 연계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패션이나 애니메이션처럼 고용효과가 큰 산업에 대해서는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졸업후 취업을 유도하거나 서울시의 창업지원기관과 대학의 창업센터를 네트워크화해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 - 최근 많은 대학이 통·폐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대는 학생모집이 안돼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입시제도 등 교육 정책이 실패했다고 본다. 우리나라만큼 대학이 많은 곳이 없다. 미래에 대한 인구추세 등 교육수요를 잘못 예측했다. 대학교육은 정부가 손을 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통폐합을 하든 구조조정을 하든 기업처럼 대학 스스로 해야지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교육은 대학에 맡기고 정부는 오히려 보육문제에 관심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 -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권인데 비해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대학이 없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실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평균화 정책이다. 결국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 대졸자가 기업에 가면 바로 실무에 투입되지 못하고 신입사원으로 1년동안 일을 다시 배워야 한다. 그건 굉장한 낭비이다. 교육은 정부가 손을 떼고 기업이 자유경쟁 하듯이 교육도 경쟁체제로 가면 10년 내에 대한민국 교육도 달라질 것이다.” - 주위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심심찮게 나도는데. “아직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아 있어 대선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임기를 마치는 내년 하반기 쯤 생각을 정리해서 발표할 생각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정치화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가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거기에 편승해 대선에 나간다, 안나간다 하면 시정을 펴는데 지장이 있다. 서울시의 일이 곧 국가적인 일이기 때문에 우선은 시정에 전념하는 게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이 시장의 대학시절인 60년대 대학생과 지금의 대학생을 비교한다면. “원리적인 것은 같다고 본다. 기업하는 사람도 잭웰치 같은 사람이 지금도 성공하듯이 기본적인 가치관은 동일하다고 본다. 다만 생활하고 살아가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오늘날 젊은 사람들은 점점 자기 주위로 되어가는 반면 더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자율과 창의가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 대학졸업자 등 많은 청년들이 실업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시의 대책방안은. “경제가 어려워져 젊은이들의 일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늘날 가장 큰 문제는 청년 실업이다. 서울시도 급하니까 인턴사원을 3만명 뽑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경험을 갖게 하고 하루 6시간 근무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업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기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끝으로 대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앞서 말했듯이 현재 우리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분열, 갈등보다 청년 실업이다. 젊은 사람들은 어떤 일에도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기준에 맞춰 일자리를 택하려고 하니 더 좁아진다. 지금은 경륜의 시대다. 중요한 것은 눈높이 전공과 관계없이 일이라도 활기차게 한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적성을 바꿀 줄 아는 긍정적인 생각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사회와 기업에 대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어떤 일, 어떤 곳에도 직접 부딪혀 도전해 보고, 거기서 얻은 교훈을 가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전 정신을 갖고 실패가 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신념을 가져야 한다. 한국인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인으로서의 자세와 노력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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