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재 6개 대학에 140여명 재학

“여대에 남학생이 다닌다고?”

여대 캠퍼스에서 남학생의 모습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 서울소재 6개 여대 대학원에 등록된 남학생 수가 무려 140여명에 달하기 때문. 여대를 선호하는 남학생들은 ‘학교’ 보다는 ‘학과’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젠 여대가 ‘금남(禁男)의 구역’이라는 것은 옛말이 됐다.

2일 서울소재 6개 여대에 따르면 가장 많은 남학생이 다니는 여대는 성신여대로 총 3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학을 다니는 36명의 남학생은 일반대학원 21명과 특수대학원 15명으로 전공도 인문사회부터 예체능까지 골고루 분포됐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미술전공인 조소과에 남학생이 몰려있다는 것. 조소과 자체가 설치된 대학원이 전국에서 드문 탓이다.

이동혁(조소과 석사 3학기)씨는 “조소과가 설치된 대학원이 전국에 많지 않기 때문에 성신여대를 선택했다”며 “교수진과 커리큘럼도 탄탄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성신여대는 2007년 국립의료원 간호대학을 승계하면서 기존 재학생 134명(남학생 18명)이 학적을 옮기면서 남자가 ‘여대생’이 된 국내 대학 역사상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서울여대는 24명의 남학생이 대학원생 신분으로 여대 캠퍼스를 누비고 있는데, 생물학과와 디자인학과에 대부분 몰려있다.

김한결(환경생태학 전공 석사 1학기)씨는 “서울여대라서 진학을 결심했기 보다 환경생태학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교수진을 보고 선택했다”며 “여대를 다니는 남학생은 대부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덕성여대는 매년 1~2명 정도의 남학생이 대학원에 진학, 현재 총 10명의 남학생이 다니고 있다. 남학생이 많은 학과로는 약학과, 심리학과, 유아교육과로 학부에서도 경쟁률이 치열한 학과다. 특히 덕성여대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남학생이 많다.

많은 연예인을 배출해 예체능계열에서 강세를 보이는 동덕여대는 25명의 남학생 가운데 실용음악과에만 18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덕성여대와 동덕여대처럼 각 여대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학과에 남학생이 편중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남학생이 학과 자체를 보고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숙명여대를 다니는 남학생은 43명으로 서울소재 여대 가운데 가장 많지만 △전문대학원 14명 △특수대학원 29명(테솔 3명, 원격대학원 11명 등)으로 특수전문대학원에만 한정됐다. 숙명여대는 일반대학원의 경우 여성전문 교육연구기관으로 학칙을 규정해 남학생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도 숙명여대와 같은 이유로 일반전문특수대학원 모두 학칙에 따라 남학생을 아예 받지 않아, 여전히 ‘금남의 구역’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여대를 다니는 남학생들은 불편함이 없을까. 이들은 남학생이 ‘역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보통 남녀차별이라고 하면 여자에 대한 차별을 생각하기 일쑤지만 여대에서는 오히려 남학생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여대 김한결 (환경생태학과 석사 1학기)씨는 “여대다 보니 여자화장실이 많고 남자화장실은 건물 구석에 있거나 작은 경우가 많다”며 “캠퍼스를 다닐 때도 남자이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시선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혁·송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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