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선거, 편가르기 등 잡음 끊이지 않아

최근 국립대 총장 선거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국립대에 걸쳐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위법과 탈법으로 얼룩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깨끗해야 할 국립대 총장 선거가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특정 후보 지지자 사이에 패거리 싸움을 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돈선거와 편가르기로 혼탁해지는 총장 직선제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장 먼저 총장 선거로 내홍을 앓고 있는 곳은 부산대. 오는 13일에 치러지는 부산대 총장 선거에는 총 6명의 교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후보자 등록과 함께 공명선거와 공약이행 합의서를 교환하면서 깨끗한 선거를 약속했지만 불과 하루만에 무색해졌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1일 선거와 관련된 모임을 개최한 혐의(교육공무원법 위반)로 총장 선거 후보자 2명을 부산지검에 고발하고, 또 다른 후보자 1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수사의뢰를 했기 때문.  이번에 논란이 된 3명의 후보는 모두 수차례 사전에 모임을 개최하고, 선거인에게 음식과 선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발 된 후보자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선관위 관계자는 “불법내용이 있으면 즉시 검찰에 고발하는 게 당연하다”며 “고발 여부는 선관위원회의가 아니라 선관위원장에 결정권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3월에 치러진 창원대 총장선거도 사정은 마찬가지.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인인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후보자 A교수와 고향선배인 B씨가 창원지검에 고발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1월 선배 B씨와 함께 같은 학교 C교수의 연구실을 방문, 선물과 ‘기프트 카드’를 제공한 혐의다.

총장 선거 과정에서 학내 갈등을 겪고 어렵게 총장이 됐지만 내홍이 아물지 않은 대학도 있다. 지난해 5월 전주교대 총장선거에서는 현 유광찬 총장이 동료 교수에게 난 화분과 골프공 등 각종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당선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 80만원을 확정 받고 우여곡절 끝에 총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유 총장의 저서가 학내외에서 표절 논란이 일자, 유 총장은 “표절과 관련해 공개토론회를 요구하는 교수 대부분이 총장 선거와 관련해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20여 건의 고소·고발·진정을 제기한 사람들”이라며 일축했다. 총장 선거의 휴우증이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강원대는 총장 선거가 심지어 일 년이나 남았지만 사전선거운동이 벌써부터 가열된 대학이다. 강원대는 내년 5월에 총장 선거를 실시하지만,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 교수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사전 선거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교수협의회는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사전 선거운동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제안서를 본부에 제출해 현재 본부와 평의원회가 논의 중에 있다”며 "총장선거에 출마하려는 교수들의 실제 선거운동 비용이 얼마인지 조차 알 수 없는 탓에 투명한 총장선거제도를 갖추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또 진주교대는 총장선출규정 개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교수협의회 집행부가 전원 사퇴하는 강수를 뒀다. 교수협의회는 1월부터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확대하고 총장선거를 둘러싼 교수 집단의 파벌 조성을 완화하는 내용의 총장선출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했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개정안이 부적절하다는 반대여론에 부딪쳐 개정안 결국 폐기됐다.

이처럼 전국 국립대에서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위법과 탈법 행태가 끊이지 않고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직선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선관위에 총장 직선제 관리를 위탁하는 국립대는 KAIST·한국철도대학·울산과학기술대를 제외한 40곳.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수의 국립대가 선거철만 되면 편가르기와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사건이 발생해 빈번하게 접수된다. 선거권을 가진 교직원을 한 명이라도 더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만 총장으로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수 사회에서 “차라리 간선제가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 교수협의회장은 “직선제가 학내 민주화를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총장 선거 때마다 학내 분란이 끊이질 않는다”며 “동료 교수 서명만 받으면 총장 후보가 될 수 있는 현행 직선제를 대폭 강화해 논문이나 강의 등 정량적인 교수평가를 바탕으로 사전검증을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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