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창 초당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부는 뒷전이고 아르바이트도 모자라 휴학과 자퇴를 밥 먹듯이 하는가 하면, 졸업 후에는 등록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하는 대학생. 이들이 반값 등록금이 추진되자 환영하기 보다는 분노하고 있다. 모든 대학생들이 혜택을 받아야 할 정책이 “저소득층만, B학점 이상만...” 등등의 조건이 붙는 차별 정책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에 지방사립대들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반값등록금이 부실대학을 연명시킬 것이라는 논리로 부실대학 퇴출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부실(不實)의 사전적 정의는 “내용이 없거나 충실하지 못함”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수치에 불과한 몇 개의 지표로 부실대학을 선정한다면, 소규모 지방사립대학들은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실제로 작년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지목된 대학들은 대부분 소규모 지방사립대학들이었다.

소규모 지방사립대학들이 부실대학으로 거명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사립대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대입 지원자 수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수도권 지역의 대학 정원이 실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 이외에도 농어촌·실업계 특별전형과 특수교육대상자 입학을 늘리면서 전체적인 입학자원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소규모 지방사립대학들을 부실로 몰아세울 일이 아니다. 전체 대학들을 대상으로 ‘대학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명시된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지에 따라 정원조정을 유도한 후, 교육의 질을 타당하게 평가하여 부실대학을 선정하여야 한다.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험생들로부터 외면받는 것도 모자라, 부실대학으로 몰리는 것은 너무 억울한 노릇이다.

대학(university)의 라틴어 어원은 하나(unus)와 여럿(versitas)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의 세계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다양성 안의 통일성’은 서로의 차이가 클수록 상생도 풍요로워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정책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대학들에게 모두 똑같은 옷을 입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국립대와 사립대, 대규모 대학과 소규모 대학 모두 각자의 특색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색과 장점이 무시된 포뮬러에 의한 획일적 대학평가는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대학 평가를 위한 포뮬러의 타당성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작년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지목된 몇몇 대학들은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이 되기 불과 몇개월 전에는 우수대학으로 선정되어 대학재정지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몇개의 수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우수대학이 될 수도 부실대학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 한정된 재원의 정부 보조 중심이기 때문에 부실대학이라는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부실대학의 선정방식을 걱정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방 사립대에 진학하는 중산층 가정의 학생은 학자금 대출도, 반값 등록금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국가의 정책은 햇볕과 같다.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따뜻한 햇볕을 자양분 삼아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반값 등록금과 부실대학 퇴출이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져야 하는 이유이다. 작년부터 시행된 학자금대출제한 정책도 그렇고 반값 등록금 정책도 대학이 아닌 학생을 지원해야 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우여곡절 끝에 논의되기 시작한 반값 등록금이 모든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정착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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