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원칙 어기면 원칙 지키라 할 수 없어”

학생들의 비상총회에 대해 “점거를 먼저 풀면 대화에 응하겠다”고 밝힌 오연천 서울대 총장<사진>이 ‘점거를 먼저 풀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한 것에 대해 “총장으로서 교수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속내를 토론했다.

오 총장은 2일 저녁 서울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에서 “학생들이 점거를 풀지 않더라도 총장이 먼저 대화에 나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오 총장은 “학생들의 점거는 분명 불법이다. 이 불법적인 행위를 인정하는 것은 원칙을 어기는 것인데, 원칙을 어긴 내가 학생들에게 ‘원칙을 지키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또 “총장이라는 위치는 서울대 교수단의 보편적인 시각을 파악해 실천하는 게 임무”라며 “교수들의 뜻을 모아 정의롭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게 어떤 것인지가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박명진 부총장은 오 총장의 발언에 대해 “총학은 오 총장의 답변에 대해 ‘말장난’이라고 폄하했지만, 불법 점거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학장단 회의를 통해 나온 교수들 대다수의 의견”이라 덧붙이고 “총장으로서 ‘룰 브레이킹’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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