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정치권에서 시작된 소위 ‘반값 등록금’ 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등록금 문제는 대학에서 학기가 시작하는 봄에 주로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로 이슈가 되곤 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먼저 등록금 부담이 심각하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거의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늘어나는 것 같다. 솔직히 한 가정에 두 명이 대학에 다닌다고 가정하면, 자녀 1인당 1,000만원씩을 매년 2,000만원의 등록금을 지출하는 것은 중산층에 해당하는 가정에서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보면 등록금 문제가 앞으로 얼마나 심각해 질 것인지 예측하기 별로 어렵지는 않다. 80%내외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무려 345개의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전체 대학생 수만 따지고 봐도 300만명에 이르고 있다. 대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이 평균적으로 국·공립대학은 429만원, 사립대학은 769만원대학에 달하고 있어 전체 대학생의 등록금 규모만도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국제비교를 해도 미국 다음으로 대학등록금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의 재정 수입이 너무 등록금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재정의 52%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현실이고, 국고 보조를 받는 국·공립대학도 21%를 등록금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도 서민을 비롯해 중산층조차도 부담이 되는 대학 등록금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등록금 부담 논란이후에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과반수의 국민이 등록금 부담 경감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등록금 부담 경감은 국민이 현재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했다고 본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등록금 부담을 줄일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 것 같다. 등록금 논란을 촉발시킨 한나라당도 초기의 강력한 추진의지에서 어느 정도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방향으로 한발 물러서는 것 같아 보인다.

현재 정부의 예산상황으로는 내년도에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재정확보방안은 여당이나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현재의 구조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반값 등록금’처럼 모든 대학생에게 일률적으로 현재 등록금의 절반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나라당의 제안대로 소득 구간 하위 50%까지 소득별로 등록금을 차등지원하는 것은 대략 2조정도의 재원이면 단계적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재정지출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2조정도 재원마련은 어려운 게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현재 OECD의 0.6% 고등교육부문 정부부담을 중장기적으로 1%까지 늘릴 계획으로 당장 내년도에 1조원 이상 대학지원을 확대할 예정으로 있다. 또 대학재원의 다양화를 위해 10만원의 소액기부 세액공제나 대학 재단적립금을 일정부분 장학금 용도로 사용한다면 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마련이 충분해 보인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당에서 시작된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무리 정책취지가 좋다고 해도 추진과정에서 일반 국민, 특히 이해 당사자인 대학생, 대학, 학부모를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등록금 부담 완화는 저소득층 학생처럼 재정지원이 꼭 필요한 대학생을 우선대상으로 하고, 부실대학이 아닌 일정수준의 대학 경쟁력을 갖춘 대학만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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