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들이 경쟁력 향상을 이유로 졸업요건을 강화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학생들이 자주 바뀌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마저 발생했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이 졸업요건으로 요구하는 공인외국어 성적이나 필수 수강과목의 운영·적용방식이 자주 바뀌거나 제대로 공지가 안 돼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전남대생 이 모씨(26)는 입학 당시 요건인 TOEIC 630점 이상을 취득했지만 졸업을 하지 못했다. 2007년 졸업요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TOEIC 점수 제출은 졸업요건에서 제외되고 ‘글로벌 영어’ 수업이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됐다. O모씨는 “TOEIC 점수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군 제대 후 복학해 졸업요건이 바뀐 줄 몰랐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자체개발 외국어능력 시험인 MATE(Multimedia Assisted Test of English)를 운영방법을 바꿔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2009학번까지는 TOEIC·TOEFL 등으로 MATE 대체가 가능했지만 2010학번부터는 MATE를 의무적으로 치러야 한다. 교양필수 과목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졸업생 이슬기(26)씨는 “원래 MATE와 공인외국어시험 성적을 모두 요구했는데 학생들 반발이 심해 TOEIC 800점 이상이면 MATE를 면제해줬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다시 MATE를 치른다고 들었다”며 “학년마다 기준이 달라져 다들 혼란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한국외대는 지난 2008년 학생들이 졸업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을 때 자체개발 외국어능력 시험 FLEX(Foreign Language Examination)를 졸업요건에 포함시켜 혼선을 빚었다. 당시 졸업을 앞둔 일부 학생들은 FLEX 요건 때문에 취업도, 대학원 진학도 할 수 없었다.

한국외대생 권모씨는 “학교와 학과가 요구하는 졸업요건이 다른 것도 문제다. 학교에서 제시한 요건만 충족시키고 학과 기준을 몰라 졸업 못하고 한 학기 더 다니는 사례도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요건을 일괄 공지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대 역시 2010학번부터 졸업자격 인정 항목을 늘렸다.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 능력과 전공·컴퓨터 관련 자격증 취득이 졸업요건에 포함됐다. 이 대학 김환규 교무부처장은 “졸업요건 강화는 취업 역량 제고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특히 지방대생은 외국어에 취약해 최소한의 어학 점수를 요구했다. 사회 변화에 맞춰 졸업요건을 새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몇몇 대학에서는 졸업요건을 채우지 못해 ‘수료’에 그치는 학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남대는 졸업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수료생이 2006년 413명, 2007년 506명, 2008년 606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남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수료 유보제’를 운영하고 있다. 수료 유보제란 졸업요건을 채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요건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대상 학생들에게 최장 2학기 동안 수강신청과 교내 시설물 이용기회를 부여한다. 이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성회비의 10%만 받는다고 대학 측은 전했다.

대체인정 과목을 마련해 졸업요건을 획득하지 못한 학생들을 구제하기도 한다. 영어졸업인증제를 시행하는 인하대의 경우 TOEIC 점수를 취득하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체과목인 ‘졸업인증 실용영어’를 개설했다. 3가지 졸업요건을 요구하는 ‘삼품제’를 시행 중인 성균관대는 ‘국제품’을 취득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매학기 특별강좌와 영어캠프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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