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임기를 시작한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모교 출신 총장에 대한 동문과 종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는 그동안 굵직굵직한 실적을 쌓았다. 취임 직후 ‘제2건학운동’과 ‘리스타트(RE_START) 프로젝트’를 내건 김 총장은 불과 100일만에 약속한 제2건학기금 1000억원 중 200억원 모금에 성공했다. 일산 바이오메디융합캠퍼스의 문을 열고, 이공계 강화책을 내놓는 등 대학 발전의 밑그림도 그렸다.

김 총장의 꼼꼼하고 차분한 리더십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헌법재판관 임기 도중 모교 총장에 선임되며 화제를 모았던 그는 지난해 말 공직에서 물러난 뒤 연초부터 학교로 출근했다. 가시적 성과 뒤에는 발빠른 준비가 숨어있었던 셈이다. 헌법재판관 출신답게 ‘헌법적 가치 구현’을 되풀이 말한 김 총장은 대학 운영 역시 형평성을 강조했다. 학문구조 개편, 강의·성과평가 개선 등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서도 대내외 입장을 아우르는 행보로 신뢰를 얻었다.

- 취임 100일을 맞았다. 줄곧 법조인으로 살아왔는데 대학으로 옮긴 계기는.
“개인적으로 큰 전환점을 맞았다. 알다시피 동국대는 불교 종립대학이다. 제가 불자이자 동문이라 학교가 적극적으로 제안해 저도 받아들였다. 모교를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과 함께 교육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간의 인생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겠다 싶었다. 총장으로 옮기며 공직 생활은 마감했지만, 교육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지 않나. 헌법에도 교육에 관한 조항이 여럿 있어 어떻게 보면 공직 생활의 연장선상 같다. 대학교육이 낯선 분야이긴 하지만 법조인 생활을 하면서도 사법연수원 교수와 부원장을 지냈고, 법무부에서도 강의했다. 교육과 완전히 동떨어진 삶은 아니었다.”

- 오랜 역사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늦은 감이 있다.
“사실이다. 역사가 100년이 넘었는데 발전 속도가 느리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 부분이 총장으로 옮기는 데 크게 영향을 줬다. 어떻게 하면 동국대의 발전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대학에 와서 겪어보니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종단과 법인이 잘 협력해주고, 교수·직원들의 지원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동국대를 우리 사회에서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 취임하면서 ‘리스타트’란 용어를 썼는데.
“모교라 그런지 제가 이 학교고, 동국대가 저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리스타트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총장으로 선임된 후 올해 1월부터 취임할 때까지 학교에 나오면서 두 달간 준비한 내용이다. △건학이념 현대화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 △국가 R&D 성장동력 선도 △경영 및 인프라 첨단화 △의료원 내실화 등 5가지로 정리했다. 미래수요에 걸맞은 학문구조·인프라 개선을 비롯해 대학의 자체 성장동력을 개발하자는 청사진이다.”

- ‘제2건학기금’ 1000억원 모금 공약이 눈에 띈다. 성과는 어떤가.
“대학에 와보니 자금이 모자라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교수·학생들의 연구시설을 잘 갖춰주고 싶은데 결국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문제다. 종단에서 열심히 지원해주고 있지만, 사실 종교단체도 여력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크게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개별 사찰과 동문들에게 제2건학운동을 열심히 알리고 동참을 부탁했다. 동국대 동문이 23만명 정도 될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분들도 많다. 목표를 4년 임기 동안 1000억원 모금으로 잡았는데 초반에 이미 200억원을 돌파했다. 감사한 일이다. 계획대로 열성을 갖고 일하면 잘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 기금은 어디에 투자할 생각인지.
“캠퍼스 부지가 좁다. 모금액 중 장학금 등 용도가 지정된 기금을 제외하면 교지 확보에 우선 투자하겠다. 교수·학생들의 요구사항이 연구시설 등 인프라 개선인데, 부지를 확보해야 연구시설도 확충할 수 있다. 학교에 와보니 역량이 뛰어난 교수들이 많다. 이들이 제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인원 본지 회장(사진 오른쪽)과 환담 중인 김희옥 총장.

- 전통적으로 인문·예술계가 강한데 이공계 강화를 화두로 던진 이유는.
“오늘날 대학은 균형이 잘 맞아야 한다. 그간 동국대가 인문·예술계 성과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자연·이공계도 그에 못지않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공계가 커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논문들이 많이 나온다. 예컨대 동국대에서 불교 관련 우수 논문이 많이 나오지만 학문의 특성상 실적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대학의 연구경쟁력과 실적 제고라는 현실적 문제도 걸려있다. 연구경쟁력강화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노력을 쏟고 있다.”

- 지난달 개교식을 연 일산 바이오메디융합캠퍼스도 그런 발전계획의 일환인가.
“그렇다. 동국대 일산병원에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약학대학, 바이오시스템대학을 결집시켰다. 제2건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적극 투자할 방침이다. 경기 북부지역 BT 특성화 캠퍼스 건립의 준비도 돼 있어 성과가 기대된다. 연구단지 조성과 이 분야 유망기업 유치로 윈윈(win-win) 전략도 모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의대를 비롯한 바이오메디 분야 경쟁력 강화로 동국대의 전체 브랜드도 훨씬 돋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단과대학별 독립적 운영 방침도 밝혔는데.
“전임 총장 때부터 독립운영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취임 후 이런 움직임을 강화했다. 단과대학별로 예산을 나눠주고 연구업적 성과가 나오면 그에 대한 메리트(merit)도 부여한다. 교원 채용 역시 단과대 자율에 맡기는 게 목표인데 중간 단계쯤 와있다고 본다. 서울·경주캠퍼스 합쳐 교수만 1000명이 넘고 학생들도 2만 8000여명에 이른다. 단과대 뿐 아니라 경주캠퍼스 역시 자율·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해 예산과 인사 모두 자율에 맡겼다. 결과적으로 양 캠퍼스가 최근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과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에서 최대 규모 지원을 확보하지 않았나. 대학 운영 분권화가 조직에 맞는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

- 학문구조 개편 논의는 논란거리가 될 법하다.
“학문구조 개편을 얘기한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수요에 따라 대학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전통적 학과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학과를 신설하는 등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성 확보와 구성원 합의를 위해 학문구조개편위원회를 신설했다. 일방적 추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기본권과 형평성 같은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게 대학 운영을 맡은 총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 수험생에게 동국대를 소개한다면. 또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동국대는 입학해서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대학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저 스스로 동문이지만 동국대 출신으로 사회에서 활동하는 데 걸림돌은 전혀 없었다. 종립대학이다 보니 다이내믹(dynamic)한 면이 부족할 것이란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과는 다르다. 개인적으로 임기를 마친 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대학의 틀을 잘 갖춰놓은 총장’이라 기억되고 싶다. 임기 동안 총장으로 중심을 잘 잡아 원래 역할인 연구·교육·봉사 기능에 충실한 대학의 바탕을 마련했다고 평가받았으면 한다.”

■ 김희옥 총장은…
김희옥 총장은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신문학석사 학위를, 동국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대전지검·서울 동부지검 검사장과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말 동국대 총장에 선임돼 헌법재판관 재직 도중 대학 총장으로 옮기는 첫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3월 1일 동국대 제17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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