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재정감사 예고에 '여론몰이' '도가 지나치다' 반응

“도가 지나치다. 이건 아니다”
“타이밍이 안 좋다. 누가 봐도 표적감사다”
“시국선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감사원이 200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되는 대학 등록금 감사를 10일 예고하자 대학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대학들은 우선 시기상으로 반값등록금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나온 감사인 점,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하는 점 등을 거론하며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대 모 기획처장은 이번 감사예고에 대해 “누가 봐도 도가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학의 미래는 걱정하지 않고 너무 여론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며 “우선 대학의 자생적인 노력을 본 다음 해도 늦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식은 정말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경쟁력이 바로 국가경쟁력이고 정부의 경쟁력”이라며 “이런 식으로 대학을 몰아치면 국내에 있는 연구자들이 다 밖으로 나가게 되고 대학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대 모 기획처장 역시 돌연한 감사 발표에 대해 “당황스럽다”며 “사회적인 논란의 모든 책임을 전부 다 대학에 돌리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감사를 가리켜 “명백한 표적감사”라며 “대학은 기업 또는 관공서와 그 설립 목적 자체가 다르다. 그럼에도 기업이나 관공서보다 더한 표적감사를 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기준을 내놓도 감사를 한다면 모를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누군들 저의를 의심하지 않겠느냐”며 “타이밍도 안 좋고 기준도 없다. 한 마디로 반값등록금 문제가 불거지니까 대학을 '문제'의 온상으로 확정 짓고 칼을 들이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C대 모 기획처장도 이번 감사가 “등록금과 관련한 여론몰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솔직히 지금은 대학에 대한 사회의 여론이 매우 안 좋다”며 “그걸 이용해서 대학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감사원이 이번 감사를 통해 대학의 재정 등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우수한 사례들을 알리겠다는 것 등에 대해서 “실제로 대학의 등록금은 차이가 많이 나봤자 1년 100만원 이내인데, 등록금이 적다고 과연 우수대학이라 할 수 있겠느냐”며 “특성화나 대학의 이념, 장학금 지급의 목표 등 대학교육의 차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감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인건비가 전체 등록금의 40~50%인데 대학들이 결국 인건비 낮추기에 혈안이 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번 감사에 대한 의견은 대체적으로 비슷했지만 대학의 대응 방침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A대 기획처장은 “지금 당장 교수 시국선언 등을 통해 대학의 목소리를 외부에 알려야 된다”고 말했으며 다른 대학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구도에서는 대학이 즉흥적으로 나가봤자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라며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대학 전체에 감사가 진행되는 점을 들어 “모든 대학이 대교협 등을 통해 정부와 협상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등록금 산정의 적절성 △자금 전출입 등 회계관리 적정성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 적정성 △연구개발(R&D) 지원·관리의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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