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성균관대(총장 김준영) 경영학부가 도입한 필수과목 수강제도가 학생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1학년부터 필수과목을 의무적으로 듣게 한 새 로드맵에 반발, 경영학부 신입생 7명 중 1명 꼴로 수강을 포기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14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경영학부 11학번부터는 1학년 1학기에 ‘경제학원론’·‘회계 원리’를, 2학기에 ‘경영통계’·‘관리회계’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학부제에서 필수과목이 사라지면서 경영학부 출신임에도 재무제표를 볼 줄 모른다는 지적에 따라 새 로드맵을 내놓은 것이다.

학부 측은 학생들이 기본적 경영개념을 익히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찬석 경영학부 행정실장은 “새 로드맵은 경영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입학한 학생들의 능력을 키워 사회에 진출시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신입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11학번부터 적용하는 로드맵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데다 필수과목 자체가 1학년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라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경영학부 신입생은 “필수과목 수강신청은 했지만 회계 원리 같은 수업은 따라가기 어렵다. 350명 중 신입생 50명 이상이 수업에 안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F학점을 각오하고 학생들이 수업에 빠진 데는 이유가 있다. 재수강 횟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C·D학점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F학점을 택하겠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입생은 “학점 관리를 위해서는 수업에 빠지는 게 낫다. C나 D를 받을 바에야 군대를 다녀온 후 수업을 들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충분한 제도 설명이 없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새 로드맵 방침에 따르지 않으면 △장학금 신청 불가 △인턴십 제외 △추천서 대상 탈락 등 불이익이 주어진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학교 측은 학부장 재량의 결정일 뿐,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학생들의 반발에도 학교 측은 새 로드맵을 밀어붙일 계획이라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성균관대 측은 “모든 학생을 다 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더 나은 수준의 학생을 길러낸다는 명분과 목표가 분명한 만큼 제도를 계속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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