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등록금 논란, 교육학자들에게 해법 물어보니

“교육적 논리로 등록금 문제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문제로 뜨겁게 달아 오른 정치권은 해법을 찾지 못한채 안개속을 해매고 있다. 여당 내에서 조차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은 나라를 망치는 '망국노'라는 비판이 터져나온다.

보다못한 교육계가 등록금 문제가 정치논리로 흐르는 데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등록금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표만을 의식한 정치적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값등록금의 본래 취지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 “등록금 논란 교육논리로 접근해야”=오성삼 건국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등록금 문제가 교육적 논리가 아닌 정치, 경제적 논리로 흘러가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오 교수는  “당초 반값 등록금 도입이 논의됐던 이유는 가난한 학생들이 돈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며 “지원대상이 대학이 아닌 학생이란 사실을 인식하자”고 말했다. 지원 대상을 제한하기 위한 잣대를 댄다면 대학이 아닌 학생에게 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시한 ‘B학점 이상’으로 지원대상을 제한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반값 등록금은 우수한 학생을 키우자는 취지보다는 가난한 학생들이 꿈을 펼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국고지원이 무한정 투입될 순 없으니 성적제한을 두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B학점 이상’으로 기준이 정해진다 해도 “저소득 학생에겐 최소한 1년 동안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형편상 학업에만 집중할 수 없는 학생에겐 3학기까지 기회를 주는 이른바 ‘삼진아웃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특히 오 교수는 “정치권에선 재원마련 방안만 마련하면 된다. 어떤 학생에게 지원할 것인지는 교육계에 맞길 문제”라며 정치권 내 논의가 ‘우후죽순’식으로 치닫는 것을 비판했다. 대학마다 학점 부여기준·분포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계의 의견 수렴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학과 교수들은 이구동성 부실대학에 대한 지원에는 반대 입장을 폈다. 오히려 등록금완화를 위한 정부지원에서 부실대학을 배제함으로써 자연스런 구조조정을 유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도입해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며 “만약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의 지원규모를 늘리면 대학은 운영수입에서 등록금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되고 학생은 등록금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도입해 확보 가능한 예산은 10조원 남짓. 반 교수는 이를 교육역량강화사업 등 대학지원사업의 예산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럴 경우 대학 구조조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대학지원사업 늘려 구조조정 유도하자”=현재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선 취업률·충원률·1인당교육비·전임교원확보율 등의 지표로 대학을 평가해 상위 80개 대학을 지원한다. 때문에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대학’의 경우 자연스럽게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구조조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반 교수는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감세철회 등 계수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한다해도 정권이 바뀌고 나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학자금 대출을 지원해주거나 국가장학금 규모를 키우는 방법도 “오히려 등록금이 인상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이 오르는 데에 대한 근본적 처방을 해야 정치 환경이 바뀌어도 대학 등록금이 안정될 것이란 의견이다.

현재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받는 ‘부실대학’은 2가지가 있다. 경영부실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이다. 교과부가 지난 2009년 12월 ‘경영부실대학’으로 판정한 13개 대학은 저조한 충원률로 경영난이 한계상황에 처한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의 평균 충원률은 59.7%다.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은 △취업률(20%) △재학생충원율(30%) 전임교원확보율(10%) △교육비환원율(10%) 등을 반영(4년제 기준), 하위 15%의 대학을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4년제·전문대학 합쳐 모두 23개교가 대출제한을 받았다.

다수의 교육학자들도 대학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한다. 정부가 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한 지원을 해도 부실대학은 제외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다만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과부가 부실대학으로 판정해도 대교협 인증평가 등을 통해 회생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대출제한 대학 등 하위권 대학들이 인증평가를 받도록 해 학생 입학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를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개의 평가 틀로 부실이 확실한 대학을 가려내자는 제안이다.

양 교수는 B학점 이상만을 지원하는 성적제한에 대해서는 “저소득층 학생은 성적제한을 두지 말아야 하지만,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학생들은 성적을 보고 지원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가정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진 학생에 대해서는 교수추천제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부실대학 제외 형평성 논란 우려”=부실대학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실대학을 제외시키는 문제는 거기에 다니는 재학생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나을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재정지원을 소득수준별로 차등화 할 필요는 있지만, 학점에 따른 차등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차등적 국고지원은 필요하지만, 성적제한을 두는 것은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반값 등록금 논의자체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박인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진학률이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모든 학생이 대학교육을 받을 이유는 없다”며 “유럽국가 가운데 등록금이 무상인 나라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등록금이 비싸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예 이번 기회에 교육의 틀을 새로 짜자는 의견도 나왔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을 향한 한 줄 세우기 형태인 단선적 구조를 갖고 있다”며 “학생들의 재능이 다양한 만큼 여러 경로를 밟을 수 있는 복선적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고교만 졸업해도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고졸과 대졸 간 임금격차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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