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국고지원금 사용내역 내부 점검

감사원 감사를 앞 둔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적립금이나 국고지원금에 대한 사용내역을 점검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오해를 풀겠다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한창 시끄러운 때 감사원이 대규모 감사에 나서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이번 감사원 감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아직 구체적인 감사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터라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내부적으로 재정운영 상태를 점검하는 대학도 있다.

신라대 관계자는 “적립금을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정부지원금을 제대로 썼는지, 장학금 실적 은 어느 정도인지 등 3가지 부분을 중심으로 내부 점검하고 있다”며 “향후 감사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의영 협성대 기획처장은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는 등록금 산정기준, 등록금 회계 전용여부 등을 살펴볼 것으로 안다”며 “특별한 준비를 하기보다 현재 있는 자료를 그대로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남대 강전의 예산조정과장은 “내부적으로 등록금 책정 기준·절차를 잘 정리하고 있다”며 “특별한 것들은 공문이 오면 그걸 보고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사립대 예산팀장도 “등록금 책정과 관련해 그간 등록금심의위 협의과정에서 나온 자료들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교과부로부터 회계감사(작년 12월)와 추가감사(올 2월)를 받은 한국외대는 감사원 감사를 따로 준비하지 않을 방침이다. 신형욱 기획조정처장은 “이번 감사원 감사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취지는 이해한다”며 “지난해부터 교과부 감사를 받아 이미 모든 것이 밝혀졌으므로 따로 팀을 구성하는 등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사를 계기로 대학에 대한 오해가 벗겨지길 바라는 의견도 있다. 배재대 김욱환 예산조정과장은 “아예 감사원이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해 등록금만큼 교육비를 투자하는 대학을 구분, 공개해 줬으면 좋겠다”며 “법인전입금은 내지 않으면서 적립금을 많이 쌓는 일부 대학 때문에 전체 대학이 호도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옥균 포스텍 기획예산팀장도 “우리 대학 입장에서는 (이번 감사가) 대학을 더 많이 알릴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며 “재단으로부터 600~900억원 가량을 지원받기 때문에 사립대 중 등록금 수준이 가장 낮고, 등록금대비 교육비 환원율 역시 약 120%로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등록금은 낮은 대신 교육비 투자는 높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감사를 홍보의 기회로 삼겠다는 게 포스텍의 전략이다. 포스텍은 최근 본지의 ‘2011년 사립대 교비예산 등록금 의존도’ 조사에서 10.74%를 기록, 33개 사립대(교비회계 예산 1500억원 규모 이상) 중 등록금 의존도가 가장 낮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번 감사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수도권 사립 A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국고지원금도 거의 없다. 이번 등록금 문제의 책임을 사립대에 모두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고 흥분했다.

서울 사립 B대학 기획처장도 “(이번 감사에 대해) 모든 직원들이 분개하는 분위기”라며 “대학에서 큰 비리가 터지거나 등록금 수입을 방탕하게 썼다면 감사원 감사가 합당하겠지만, 대학이 범죄자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만스럽다”고 토로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찾기 보다는 대학에 먼저 칼을 들이대는 데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서울 사립 C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이 높다고 하지만, 그 것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부터 내놔야 한다”며 “왜 많은 사람이 대학을 가나. 대학 안 나오면 취업을 못하니 그런 게 아닌가. 그럼 대학을 안 나와도 먹고 살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하기보다 대학에 칼을 들이대는 게 우선이니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여론의 화살을 대학으로 돌리기 위한 ‘노림수’로 이번 감사를 평가절하 하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사립 D대학 기획처장은 “지금 시점에서 감사를 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여론의 화살을 대학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라며 “대학 구조조정이나 투명성 제고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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