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최초’ 인성교육 전담부서 설치

대구가톨릭대가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 중심에 특화된 인성교육이 있다. 현대사회의 이기주의, 지식 만능주의, 물질 만능주의를 극복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인성교육에 방점을 찍었다. 대구가톨릭대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전담부서를 만들어 16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특히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살아있는 인성교육을 실천해 이목을 끈다.

대구가톨릭대는 지난 1996년 전국 최초로 인성교육 전담부서인 인성교양부를 설치했다. 지난해 인성교육원으로 이름을 바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건학이념인 가톨릭 사상을 소개할 뿐 아니라 가톨릭 윤리에 기초한 여러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간관과 세계관을 가르쳐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키우는 데 힘써왔다.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은 모두 ‘참 삶의 길’이란 교양필수과목(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일종의 체험형 인성과목이다. 이 수업에서는 임종체험이나 장애체험 중 하나를 선택해 체험교육을 받고 순결 서약, 성교육, 다문화교육, 학습윤리 등을 배운다.

가장 독특한 프로그램은 단연 임종체험이다. 유언장을 직접 쓰고 관(棺) 속에 들어가 자신의 지난 삶을 반성하는 내용으로 다른 대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4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 역시 주목거리다. 학생들은 지역의 17개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8시간 동안 청소·목욕봉사 등에 나선다. 지난해 4200여명이, 올해 1학기 1800여명이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자발적으로 2번 이상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꽤 많다.

몽골에서 건물 공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 학생들



학생들이 낯선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해외 봉사활동도 진행된다. 대구가톨릭대는 2008년부터 매년 여름 몽골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올해는 24명의 학생이 28일부터 10박11일간 몽골 울란바토르를 찾는다. 지역 성당 보수를 비롯해 현지 대학생·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 탈춤 지도, 레크리에이션 봉사를 펼칠 예정이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의 미담 사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에 유학 중인 장혜민씨(영어영문학과4)는 황산 테러로 얼굴을 다친 중국 여성을 돕기 위해 2천 위안(약 34만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장씨가 병원에 찾아가 직접 간호까지 한 사실이 당시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돼 화제를 모았다.

올해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김선엽씨(24)는 대학 4년 동안 무려 1000시간 이상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김씨가 기록한 1044시간은 4년간 주 5일 하루 1시간씩 꼬박꼬박 봉사활동에 나서야 가능한 수치. 주위로부터 “대학생활 4년이 봉사생활 4년이나 다름없다”는 찬사를 받은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회장상을 받았다.


한 학기에 3번 실시하는 인성교양 특강도 인기다.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얻고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라 학생들의 기대감이 높다. 그동안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20년 넘게 사형수 교화에 전념하고 있는 조성애 수녀, WBA 전 세계챔피언 홍수환씨, 소설가 고(故) 박완서씨 등이 특강 강사로 대구가톨릭대를 방문했다.

소병욱 총장은 “대구가톨릭대의 교육이념은 학생들을 이기적 전문인이 아닌, 인간을 존중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참 인재로 키우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여러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이 참 인생을 배울 수 있도록 더욱 더 인성교육에 힘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OX] “관 속에 누워 지난 삶을 반성”
대구가톨릭대 임종체험 프로그램




죽음에 관한 동영상을 본 뒤 자신의 유언장을 직접 쓰고,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은 채 촛불 아래서 유언장을 낭독한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 부모를 속상하게 한 일, 다른 사람을 속였던 일, 자신의 삶에 소홀했던 점이 떠올라서다. 그리고 입관. 폭 60㎝, 높이 40㎝, 길이 2m의 좁고 캄캄한 관에 누워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이 가장 인상에 남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꼽은 임종체험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천여명이 참가했다. 참가 학생들은 3시간 가량 걸리는 한 번의 체험이지만 그 기억은 또렷이 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생들이 죽음을 맞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좁은 관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다른 이를 사랑하고 삶에 감사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우상아씨(심리학과1)는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체험을 하니 주위 사람들과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임종체험 프로그램을 맡은 평생교육원 웰다잉(well-dying)과정 유동열 지도교수는 “대학생 임종체험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 시행되고 있다”며 “많은 학생들이 체험 후 하루하루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다. 죽음을 실감하기 어려운 나이의 학생들이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체험 중심 살아있는 인성교육 위해 노력”
[인터뷰] 송창현 인성교육원장


- 인성교육에 집중하는 까닭은.
“우리 대학의 인재상이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다문화 전문인이라 그렇다. 총장님부터 인성교육이야말로 ‘영원한 경쟁력’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식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인간성이나 도덕성, 공동체성, 글로벌 가치를 공유하는 참된 인재를 길러내는 게 진정한 경쟁력 아니겠는가.”

- 장애·임종체험 등 체험 중심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강의실에서의 주입식 교육으로 인성교육이 되겠는가. 살아있는 실천교육, 생생한 체험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올해 장애·임종·노인생애 등의 ‘체험형 인성강좌’를 개설했다. 또 리더십과 성교육, 인간관계, 국내외 봉사활동 등 다양한 종류의 현장 중심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과 공감할 수 있고, 학생들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효과적 교육방법이라고 본다.”

- 프로그램 개발은 어떻게 하고 있나.
“수요와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 인성교육을 위한 교재 등 콘텐츠에 포커스를 맞춰 최근 <인물과 함께 하는 가톨릭 사상>이란 교재를 펴냈다. 마더 테레사 수녀, 안중근 의사, 김수환 추기경 등 보편적 가치를 실천했던 이들을 다뤘다. 학교의 정체성과 맞을 뿐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들을 담아내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 인성교육을 어떻게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인가.
“정직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원론적 얘기가 아니다. 투명성이나 신뢰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현재 신학대학을 비롯한 일부 단과대학에서만 실시 중인 무감독 시험제도를 모든 단과대로 확대시켜 나가겠다. 몇몇 학과에서 시행 중인 전공연계 봉사활동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사회적 재능기부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활동이다. 우리 학생들이 정직함을 쌓아 자신의 능력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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