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부산대·경희대·조선대·충북대 약대 현장조사

대학 등록금 담합 의혹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약학대학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 등으로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적게 올린 대학들이 많기 때문에 조사의 ‘칼날’을 약대로 돌린 것으로 보인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1일부터 최근까지 등록금 인상율이 비교적 높은 약학대학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대학 간 담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은 대학은 서울대·경희대·부산대·조선대·충북대 등이다. 등록금 인상률이 15%를 상회하는 대학 가운데 일부를 표본으로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약대는 지난해에 비해 등록금을 17.6% 올렸다. 부산대는 33.3%, 경희대는 26.8%의 인상률을 보였다. 조선대와 충북대도 각각 24.6%, 34%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때문에 대학가에선 공정위가 약대 등록금을 담합조사의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 A대학 약대학장은 “대학 전체적으로 볼 땐 등록금을 많이 올리거나 담합한 흔적이 눈에 띄지 않으니까 (등록금을) 비교적 높게 올린 약대를 표적으로 삼은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단과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등록금 상한제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해당 대학 전체의 인상률은 ‘최근 3개년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면 제재를 받지만, 약대 등록금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전체 대학으로 보면 이런 상한제와 정부의 등록금 동결 드라이브로 대학마다 인상률이 제각각이다. 지난 3월 말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1학년도 대학 등록금 책정현황’에 따르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률이 1% 미만(0.0%~0.9%)인 4년제 대학은 77개교, 인상률 1.0%~2.9%인 대학은 66개교, 3.0%를 넘긴 대학은 57개교다.

대학마다 인상률이 다르기 때문에 담합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6년제(2+4학제) 교육과정이 시행된 약학대학은 사정이 다르다. 실무실습이 강화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등록금을 인상한 약대가 많았고, 이를 주목한 공정위가 담합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벌인 것.

문전옥 부산대 약대 학장은 “지난 주 화요일(21일) 공정위 조사관들이 학교를 방문해 ‘등록금 인상에 대한 대학 간 논의가 있었냐’고 물었다”며 “약학교육협의회란 약대 간 협의체가 있기는 하지만 PEET(약대입문자격시험) 문제, 교과목 개설 문제 등을 논의하느라 등록금 인상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진 못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약대 등록금 인상근거를 제출받고, 약대 학장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까지 확인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약대들은 6년제 시행으로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교육비에 대해 얘기 나눈 적은 있지만, 담합으로 보여질만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종길 충북대 약대 교수는 “6년제 도입 이후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대한 얘기는 나눈 적은 있어도 서로 얼마나 올릴 지를 논의한 적은 없다”며 “또 새롭게 6년제 약학교육이 시작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아닌 신규 책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대들은 올해부터 6년제 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프리셉터(Preceptor, 실무실습 지도약사) 충원 등 추가비용 확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문전옥 학장은 “프리셉터만 100~120명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교육비 상승이 불가피 하다”며 “인상되는 교육비를 산출해보니 프리셉터 인건비만 학생 1인당 1300만원이 드는데, 이를 최소화해 등록금 90만원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실무실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학년 과정을 대비해 1학년 때부터 미리 인상된 등록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약대 등록금이 일제히 오른 것에 주목, 담합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최영근 카르텔조사과장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국회에 출석, 대학 등록금에 대한 담합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에서 각 대학의 등록금 책정 수준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조사 대상·범위를 ‘약학대학’으로 압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대학으로 보면 인상률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담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위 조사를 받은 한 국립대 약대학장은 “공정위 조사관이 ‘10개 대학 중 7개 대학이 비슷하게 등록금을 올려도 담합의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정위가 약대 등록금 인상 담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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