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가 올해 신입생부터 졸업요건에 제2외국어 인증을 필수 적용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광운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지난달 17일 제2외국어 인증을 골자로 하는 졸업인증제 도입을 확정했다. 새로운 졸업인증제가 적용되는 11학번부터는 일본어·중국어 등을 선택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대학들은 제2외국어 인증을 외국어 전공학과에만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광운대의 경우 전 학과를 대상으로 제2외국어 인증을 도입해 학생들의 불만이 높다. 제2외국어가 전공이나 취업 후 진로와 무관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제2외국어 자격을 충족해야하기 때문이다.

광운대 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광야(http://kwang-ya.net)에서 한 학생은 “학교에서 어떻게든 공부를 시키려고 하는 건 알겠다. 그러나 제2외국어 인증이 대체 왜 필요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1학년 학생도 “부지런하게 영어 졸업인증을 통과했더니 이번엔 제2외국어냐”며 “11학번이 실험대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광운대는 공학·경영학 인증 프로그램 이수자의 경우 제2외국어 졸업인증제를 면제해 주기로 했는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학교 측은 “전문 프로그램 이수자의 부담을 덜겠다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으나 학생들은 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1학년 박모씨는 “제2외국어를 하기 싫으면 공학인증을 하라는 소리와 다름없다”며 “필수가 아니었던 공학 인증을 억지로 선택하게 만드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했다.

지나치게 낮은 제2외국어 통과 기준을 둘러싼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각 외국어의 졸업기준은 △일본어= JPT 350점, JLPT 4급, △중국어= HSK 2급, △스페인어 = DELE A2, FLEX 3B, △러시아어= 토르플 기본단계 등으로 기초 수준에 속한다.

학생들이 많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HSK 2급의 경우 총 11급의 단계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활용 가능성이 낮고 취업지원 시 기업 등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등급이어서 제2외국어 역량 강화라는 졸업인증제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광운대 교무처 관계자는 “최근 대학 졸업 후 영어권 외의 국가에 진출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학생들에게 제2외국어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 인증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에게 어학시험 응시료를 지원하거나 제2외국어 해당 국가 연수 시 학점을 부여하는 방식 등으로 혜택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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