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현장 봉사활동 다녀온 박정환 씨

“감히 저희들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을 거란 생각은 못하겠어요. 다만 실의에 빠져있을 농민분들께 위안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봉사를 통해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던 시간을 오히려 얻어온 셈이죠.” 지난달 25,26일 1천여명의 학우들과 함께 태풍 ‘매미’ 수해현장 봉사활동을 다녀온 충남대 박정환(금속공학 4) 공대 총학생회장. 이들은 캠퍼스 전체가 가을축제로 떠들석한 가운데 축제지원금을 받아 수해 복구 현장을 다녀왔다. 버스를 타고 4,5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곳은 경상남도 창녕군 일대, 남부지방은 피해정도가 유독 컸다는 뉴스를 수도 없이 들었건만 들어가는 톨게이트에서부터 마주한 농촌의 피해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더란다. 사실 대전에서 내려올 때까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전봇대 꼭대기에 풀들이 매달려 있고, 물에 떠내려온 연료 탱크가 엿가락처럼 휜 앙상한 비닐하우스 구조물 끝에 매달려 있는 희안한 광경도 심심치 않게 봤습니다. 도저히 웃을 수 없는 풍경이었죠.” 함께 출발한 천 여명의 학생들은 다시 50개조로 나뉘어 창녕군 3개면 11개마을에서 태풍으로 붕괴된 비닐하우스 철거 및 복구작업, 쓰레기수거 작업에 동참했다. 사실 이번 수해복구 자원봉사현장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건 공과대학장과 교수들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수해현장에 다녀오고 싶다는 학생회의 바람을 전해들은 교수들은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오라며 휴강을 허락했다. “워낙 갑자기 진행된 일정으로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불편한 잠자리와 식사가 가장 큰 문제였죠. 낮동안 고된 일을 한 학생들이 인근 학교와 체육관 강당 등에서 박스와 신문지만 덮고 자야했습니다. 심지어는 맨바닥에서 새우잠을 잔 학생들도 있었죠.” 한동안 충남대 게시판에는 공대학생회의 준비부족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 다녀온 학생들 대부분은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우리는 봉사를 하러 간것이지 잘먹고 잘자러 간게 아닙니다. 가기 전부터 불편한 잠자리와 불편한 식사는 약속받고 간 것이지요. 1박2일이면 사실 봉사활동을 했다고 말하기도 쑥스러워요. 꼭 책상에 앉아서 책을 봐야 공부입니까? 이런게 더 진정한 공부가 아닐까요?” 라고 글을 올린 한 학생의 말은 이번 봉사활동이 결코 헛된 수고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요즘 대학생들은 모두가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어느정도는 사실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일하러 온 저희들에게 연신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농민들을 보며 가슴 한켠으로 뭉클한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그럴수록 그분들께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젊은 사람들의 마음도 누구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구요.” 너무 짧은 기간이라 아쉬움이 컸다는 박 군은 이런 재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라지만 봉사의 기회가 온다면 더욱 많은 학생들과 함께 보다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싶단다. 그들이 남기고 온 것은 황폐해진 농촌의 땅을 일군 실질적인 도움 그 이상의 위안과 풍요로움의 씨앗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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