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로 봉사 다녀온 이낙용씨

사랑을 실천하는데 내 나라 내 땅만으론 너무 좁다는 당찬 젊은이가 있다. 이낙용(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씨는 올해 초 불현듯 휴학서를 내던지고선 아르헨티나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지난 9월, 6개월만에야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군대를 다녀온 지 일년도 안돼 또 다시 휴학한다는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무료하고 틀에 박힌 듯한 일상을 벗어나 재충전의 기회를 삼아 더 멀리 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에 더 망설일 필요가 없더란다. 그가 아르헨티나 작은 마을에서 NGO단체 주선으로 주로 한 일은 자료 전산화 작업(DB)이었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후진국들의 정보처리 수준은 기대 이하라서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종이서류의 자료들을 하루종일 정리하고 전산화하는 작업은 결코 만만하지가 않더라고. 게다가 그곳에선 엑셀(MS Excel)이나 인터넷조차 낯설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니 한 때 국민소득이 얼마를 넘었던 선진국이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란다. 요즘 해외여행도 보편화되어있고 대학생들 사이에선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은데 선진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흔한 기회를 마다하고 굳이 해외로까지 봉사를 하러 떠난 이유가 궁금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무턱대고 따라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생각없이 정해진 길만을 쫓아가다보면 나는 사라지고 반복되는 일상만 남게 될 거 같더란다. 나를 더 잘 알고 싶었던 것이 남을 돕게 된 이유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솔직히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낯선 땅에 혼자 있다보니 사람이 너무나 그리울 때가 있긴 했죠. 그럴 때마다 밖으로 나와 현지인들과 어울렸어요. 한국에서부터 악기연주가 취미였는데 거기서 사람들과 어울려 악기도 연주하다보면 금새 친구가 되더군요.” 그러면서 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를 그 나라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이방인으로서 겪게 되는 새로운 문화들에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기 전에 그저 다르다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나니 모든 일이 편해지고 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경험담과 함께. “우리는 단지 멋진 스타일의 사람만을 개성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사전같이 두꺼운 책을 몽땅 암기하며 다니는 것도 개성이래요.” 남미의 개성강하고 다양한 문화 덕분에 남들과 다른 나를 찾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다면서 매스미디어에 ‘개성을 공급받는’ 듯한 한국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는다. 그리고 대학을 다니는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회가 오기를 바랄 뿐 적극적으로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인터넷에 들어가기만 정보는 널려있거든요.” 일단 하고자 하는 의지,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일단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나면 그 다음은 너무나 쉬워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직접 느끼고 돌아온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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