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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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6.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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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먹은 사람은 처음에는 화를 내고 그 다음엔 풀이 죽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이 욕의 연속적인 기능이다.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욕은 대체로 어떤 특정 사람의 부도덕성과 관련된다. 그런데 이 욕의 문맥을 보면 그 첫 번째 과녁은 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것도 어떤 특별한 개 한 마리가 아니라 개의 전칭(全稱)이다. 모든 개는 부도덕하다는 강력한 주장을 전제로 깔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발설함으로써 비로소 이욕은 성립된다. 이 욕이 어떤 특정한 사람을 가격(加擊)하는 것은 모든 개를 싸잡아 몹시 욕하고 난 다음 일이다. 이 때에 거론되는 부도덕성은 주로 섹스, 그것도 개의 근친상간과 공개적 짝짓기 행위다. 때로는 개가 밥그릇을 사이에 놓고 다른 개와, 때로는 형제자매간 또는 모자간에, 잇발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는 짓도 우애와 효자를 모르는 부도덕한 짓으로 매겨진다. 개는 본능에 솔직하고 꾀는 별로 없다. 꾀라는 것은 방법론적으로 우회를 택하고 남 앞에서 자기 개인의 본능을 슬쩍 감추는 것이다. 생산 기술은 전자에서 나왔고 도덕은 후자에서 나왔다. 도덕과 비도덕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고 보는 것은 노장(老莊)의 탁월한 견처(見處)다. 꾀 이외에 사람이 개와 다른 것은 아름다움의 창조와 감상, 즉 예술이다. 예술은 사람의 죽음, 고통, 무능, 고독을 위로한다. 나는 예술이 꾀의 연장물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예술은 사람만 가진 창조적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개도 낮은 수준의 꾀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술은 없다. 사람은 본능, 꾀, 예술 사이에 상승작용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개를 깔보고 심지어 모욕의 도구로까지 삼는 것은 개는 꾀가 빈약하고 예술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의 본질이 갈등을 권력으로 제압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개들도 기초적인 정치 생활은 늘영위한다. 개에게 없는 정치는 갈등을 꾀로서 타협하는 것이다. 생존과 번식의 본능에서 사람은 개를 부러워할지언정 능멸하지는 못 한다. 먹을 것을 놓고 사람이 개처럼 싸움으로만 해결하려 들지 않는 것은 평화가 전쟁 보다는 먹이를 확보하는 데 더 유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꾀 때문이다. 전쟁은 생존에 대한 직접적 위험인 반면에 평화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교환하는 협력의 바탕을 만든다. 인간이 근친상간을 기피하는 것은 본래 잡종강세를 바라는 우생학(優生學)적 선택이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받아 들이자는 기획이다. ‘사돈 집과 측간은 멀 수록 좋다’라는 말도 있다. 개에게는 근친상간을 기피할 만한 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선택의 여유도 없다. 기독교의 구약 성경에 나오는 롯의 딸들이 그 애비의 씨를 받았을 때도 다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도덕이라는 것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전략적 기획의 하나일 때가 많다는 것은 도덕이 생존과 번식이라는 가치에서 유도된 파생가치라는 것을 알려 준다. 사람은 성을 은폐하는 것을 기초적 도덕의 하나로 삼는다. 성기나 성행위의 현장만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해서 발설하는 것 조차 금기로 삼아 왔다. 사람은 수량과 품질에 있어 최소한의 자손을 확보하기 위하여 결혼을 하고 그 이상을 얻어 보려고 불륜을 저지른다고 한다. 성에 관한 모든 것을 은폐된 프라이버시로 남겨 두려는 것은 실은 불륜을 숨기기 위한 원대하고 합의된 기획이라는 학설도 있다. 생존과 생식에 대한 가치관과 방법론이 바뀌면 생존과 생식에 관련된 공동체적 전략인 도덕도 바뀔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그것이 또 한번 크게 바뀌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의 비도덕성 내지 사회적 전략의 궁핍을 비웃고 거기에서 환류(還流)하여 사람의 행동을 정죄(定罪)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람 자신의 도덕을 새로 장만해야 할 다급하고 기원(紀元)적인 처지에 세계의 모든 인간들은 놓여 있다. 공자나 소크라테스의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학교가 무너지고 교육이 황폐화 되고 있는 근원적 이유는 낡은 도덕 체계는 폐기되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사회라는 복잡계(複雜系) 안에 아직 새로운 도덕 체계가 자리잡아 가고 있지 못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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