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등록금넷 정책팀장, 성공회대 외래교수)

전국의 대학가가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그 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노 레지스탕스의 책 ‘분노하라’가 200만부가 넘게 팔리며 큰 화제가 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 국민들도 요즘 살인적인 교육비 고통과 물가대란, 전세대란에 대해 많이 분노하고 있고, 실제로 분노를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나서서 등록금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제 등록금 투쟁이 교육복지 확대와 민생문제 해결 투쟁의 상징이 됐다. 그동안 교육비 때문에 다들 너무나 고통이 컸기 때문에 국민들도 반값 등록금 정책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반값 등록금에 대한 지지가 무려 8~90%로 나타났다. 또 나날이 교육복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범국민적 공감대도 확산돼 가고 있다.


7월 2일 한 대형마트에서 한 대학생이 제대 뒤 등록금을 벌기 위해 험한 알바를 선택했다가, 그만 사망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동료 노동자 3인도 함께 사망한 이 사고로 인해, OECD에서 산업재해 사망율 1위 국가가 돼버린 현실의 문제점과 함께, 살인적인 교육비-미친 등록금 문제가 다시 국민들의 분노와 슬픔을 자극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학생, 학부모들이 죽어야 이명박 대통령은 결단을 내릴 것인가? 끊임없이 비극적인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데 끝까지 모른 체 할 것인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등까지 나서서 ‘반값 등록금’을 이야기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반값 등록금' 결단을 촉구했을 때 간단히 거절하고, 심지어 그것을 ‘정치적인 것’이라고 폄훼했다. 이렇게 사람이 죽어가는 문제에 대해서, 죽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이 참으로 많은데 언제까지 이렇게 외면만 하실 것인지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국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더욱이 나라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의 문제인데, 이토록 철저히 국민을 고통스럽게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닌 것이다.


다른 것은 다 몰라다 교육복지 만큼은 서둘러야 한다. 살인적인 교육비 고통만큼은 해결하기 위해서 즉시 행동과 실천에 나서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1년 예산만 310조에 달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학 반값 등록금과 고교 의무교육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서 살인적인 고등교육비 부담을 반으로 줄이고, 그 절반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예외 없이 취업후학자금상환제(ICL)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서 나중에 직장이 생기면 되갚아 나가게 해줘야 한다. 2010년 1학기 ICL을 도입했으나, ICL은 △소득 7분위 이하 △평균 B학점 이상 △35세 미만 △학부생 기준 등 각종 자격제한을 뒀다. 그에 따라 고등교육 재학생중 50%가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결정적 문제가 있다. 높은 금리(2011년 1학기 4.9%, 또 변동금리로 일반 학자금 대출보다 불안), 군 복무 중에 이자 부과, 상환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복리로 계산되는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그래서 실제 이용자가 매학기 실제 등록 대학생의(200~220만 안팎) 20/1에 불과한 11만명선(2010년 1,2학기 기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장학금도 아니고 고금리의 대출인데 자격기준을 둔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또 교육이라는 가장 중요한 정책과 관련된 금리인데, 고금리에 복리를 적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누구라도 이용가능하고, 선진국들처럼 무이자나 최소금리를 적용해야 한다.


교육정책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더라도, 최소한 교육비만큼은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사회, 출생에서의 불평등은 어찌할 수 없다 해도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선만큼은 최대한 공정하게 보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참된 도리다. 이명박 정권이 교육이 제일 소중하고, 사람이 귀하다고 조금이라도 느끼고 있다면, 지금 당장 반값 등록금 실현과 ICL 전면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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