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고사가 6일에 있다. 이날을 위해서 학생들은 물론이고 부모와 교사들 모두 수고가 많았다. 그런데 수고는 많았지만 그런 노고는 무조건 칭찬하고 위로해 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지만 정상적으로 배우고 가르친 수고가 아니라 고교교육의 정상궤도를 이탈해 가며 반칙과 편법으로 달린 수고라면 그것은 오히려 비난 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일부 고교는 2학기부터 서서히 오후수업을 빼먹기 시작했다. 일부 학부모들의 극성에 학교당국도 손을 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대학입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들을 교과 과정에서 빼먹고 교사들의 전공마저 영어나 수학 등으로 바꾸도록 다그치기도 했었다. 이것도 주로 부모들의 성화 때문이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수능고사를 몇달 앞두고 아예 학생들을 밖으로 내쫓는 곳도 생긴 것이다. 물론 밖에 나가 한가하게 놀라고 한 것은 아니다. ‘귀한 손님’을 모시고 가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입시학원버스나 고급승용차로 그들을 넘겨주기 위해서다. 고액과외도 반칙이지만 이것이야 말로 학부모와 학교당국이 다같이 공모해서 아이들에게 공공연하게 새치기와 탈법을 강요한 행위다. 이렇게 배우는 아이들이 일류대를 나오면 그 머리로 이 나라에서 무엇을 할까? 고교의 모든 교과과정은 하나도 빠짐없이 고교졸업생으로서 마땅히 갖춰야할 전인적 인격교육에 꼭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과목을 빼먹은 졸업생은 마치 일부 부속품을 빼버리고 출고한 자동차처럼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학생을 받아들이는 곳은 대학이다. 학생들은 대학입학을 위해서 그들도 하고 싶은 올바른 고교생활을 몰수당하는 것이다. 대학입학조건이 무조건 높은 수능점수 순위이고 그들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그 과정을 묻지 않는 이상 학생들은 언제나 그런 공부를 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대학이 그런 고교교육의 탈선을 유도하고 있다면 그 책임은 대학이 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수능고사를 배제한 학생 선발이 이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좋은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강대가 수능고사 없이 학생부와 면접성적만으로 작년 1학기에 뽑았던 학생들의 금년 1학기 성적은 다른 학생들보다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연세대도 꼭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물론 수능고사 없이 학생부나 면접만으로 할 경우에도 부작용은 생길 수 있지만 이것이 문제 해결의 하나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기서 보게 된다. 그리고 학생선발의 자율권 획득이라는 점에서도 이것은 확대 실시해볼만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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