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 본지 논설위원 /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대학과정에서 3학기는 교양교육으로 보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공과목은 5학기에 마친다고 볼 수 있다. 영국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이 없이 입학과 동시에 전공과목으로 들어간다. 고등학교에서 모든 교양과목을 이수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대학 입학전 초중고교 교육연한이 13년이므로 역시 대학에서는 교양과정이 없이 바로 전공과목을 이수하게 된다. 독일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해당하는 아비투어(Abitur)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평점을 계산할 때 숫자가 클수록 좋지만 독일에서는 반대로 적은 숫자가 우수한 성적을 나타낸다. 1점이 가장 좋고 4~5점은 낙제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 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1.5정도를 받아야 된다. 아비투어성적이 3점이하면 대학입학은 가능하나 전체입학생의 졸업율은 대체로 50%정도라고 보면 된다. 첫 2년과정을 미국의 학사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며 나머지 2년반을 석사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독일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아비투어제도는 백년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차대전 이전에는 대학에 입학해서 3년이 지난 후에는 박사논문을 제출할 자격을 주었기 때문에 21~24세에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디플롬(Diplom) 또는 마기스터(Magister)학위를 받는데 평균 6년반이 걸리고 그후에 박사학위를 받아야하므로 선진국중에서 학위취득기간이 가장 긴 나라가 독일이다. 프랑스에서도 아비투어에 해당되는 바깔로리아(Baccalauréat)가 있어서 고등학교에서 모든 교양교육을 받게 되어 있다. 그리고 바깔로리아 시험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이다. 프랑스도 대학입학후 3년이면 리쌍스(Licence)학위를 받게 되는데 이것을 영국의 학사학위와 같다고 본다. 홍콩도 영국제도를 따라서 고등학교에서 교양교육을 이수하고 대학3년과정에서는 전공과목을 배운다. 그러나 많은 홍콩대학총장들은 미국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대학을 4년제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후에 미국식을 따라 대학에서 교양교육을 하고 있으나 그 수준이 높지 못하며 대부분 전임교수가 아닌 시간강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어떤 과목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시 하는 경향도 있어서 대학신입생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따라서 교양교육을 고등학교에 완전 이관하는 방안과 대학에서 하되 철저하게 하는 방안을 놓고 깊은 연구와 토의를 거쳐서 정책을 결정해야 된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대학입시에 필요한 기법을 배우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대학입시제도만 제대로 개혁하면 교양과목을 고등학교로 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교사들에게는 수준 높은 강의를 해야 되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약 20년전에 MIT에서도 교양교육에 대한 개혁이 있었다. 우리대학들에서는 외국어교육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교육개방이 곧 이루어질 형편인데 우리대학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양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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