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내세우곤 등록금 자료 뒤져… "공권력 남용"

시민·사회단체들이 ‘반값 등록금’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에 대한 국정원의 압수수색에 “등록금 운동마저 용공 혐의를 걸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정원 직원 20여명은 9일 오전 7시 40분쯤 사전 통보 없이 서울 성수동의 연구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은 영장을 통해 “연구소 기획실장 홍모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에 대한 조사”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2시간 가량 연구소 자료와 컴퓨터, 개인수첩, 명합첩 등을 뒤지고 사진·동영상을 촬영했다. 수색을 마친 국정원은 “수색 결과 증거물이 없었다”는 내용의 증명서를 발급하고 돌아갔다고 연구소 측은 전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올해 초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는 책을 발간하며 반값 등록금 연구와 이슈화를 주도해온 민간 전문연구기관이다. 1993년부터 등록금 문제를 비롯해 대학 관련 문제를 다뤄왔지만 국정원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이 연구소를 수색한 것은 반값 등록금 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 혐의 없이 국가보안법을 명목으로 내세우고 실제 수색은 등록금 관련 자료를 대상으로 한 국정원의 공권력 남용 행위라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혐의를 건 기획실장의 경우 연구소 업무와 역할이 분리돼 있었다. 연구소 수색을 위한 구실 같다”며 “국가보안법 위반과는 무관한 등록금 관련 등 업무 자료를 모두 수색했다. 색깔론을 입혀 등록금 운동을 탄압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반값 등록금 운동에 ‘붉은 덧칠’을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등록금 운동도 용공으로 몰아가는 국정원을 규탄한다”며 “매주 금요일 촛불집회를 여는 등 흔들림 없이 반값 등록금 운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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