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의 틀을 바꾸다 - 단국대

단국대 김현빈(동물자원학과 1)씨는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왔다.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고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해 보고 전공을 정했다.

전공이 정해지자 김 씨는 자신만의 동물관찰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동물원 등을 찾아 까치·꿩·원숭이·침팬지·고슴도치 등을 관찰하고, 동물 습성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물행동학자’라는 그의 꿈도 점차 구체화됐다.

김 씨는 올해 3월 입학사정관제(진취적인재전형)를 통해 단국대에 입학했다. 그는 “1년 동안 좋아하는 일에 몰입했기 때문에 입학사정관 전형이 두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면접에서 대표적 영장류 학자를 묻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해 합격했다고 한다.

■ 입학사정관제 ‘우려’가 ‘긍정’으로=입학사정관전형이 학생 개개인의 변화에서부터 고교·대학의 변화를 부르고 있다. 단국대는 2009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 2010학년도 대입부터 이를 통해 학생을 선발했다. 첫해는 입학정원의 10%만 선발했지만 올해는 이를 15%로 늘렸다. 올해 선발인원은 840명, 내년에는 이를 87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단국대 김경섭 입학사정관팀장(선임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 선발 학생들이 내신등급에서 일반전형 학생보다 약 1등급 정도 떨어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학업능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사정관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가진 학업 열의가 오히려 수업분위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가 지난 4월 발간한 ‘입학사정관제 신입생 적응실태 분석 연구’에선 입학사정관전형 선발 학생의 학업 열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대학·학과에 대한 만족도도 일반학생보다 높았다. 이 조사는 2010학년도 입학한 25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학과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입학사정관전형 학생들은 △학문적 흥미(27.5%) △적성(27.5%)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 일반전형 학생들도 학문적 흥미(23%)를 감안했지만, 합격 가능성(20.3%)도 학과 선택 시 이에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천안캠퍼스의 경우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입학생들 가운데 34.8%가 자신의 적성을 고려했다. 반면 일반전형 학생들은 합격가능성(22.8%)을 상대적으로 중시했다.

이는 사정관제로 들어온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했다는 방증이다. 김현수 입학처장은 “사정관제 입학생들은 해당 전공분야로 진학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에 학과·전공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 캠퍼스 특성화에 따른 인재 선발=입학자원이 다원화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단국대에 따르면, 올해 입학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국 230개 시·군·구 중 단국대 합격자를 배출한 곳이 223개에 이른다. 전국 지자체의 97%에서 단국대 신입생이 나왔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로 2253개에 이르는 고등학교 중에서도 1354개교(60%)에서 단국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단국대 입학처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합격자 배출 고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전체전형에서도 특목고·영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낮아지고 고교 유형은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학자원의 다원화로 대학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크다. 수업과정에선 토론의 깊이가 더해지고, 이것이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경험하는 계기가 된다. 대학 재학 중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는 사회에 나가 리더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장점은 대학의 교육이념과 인재상을 선발과정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단국대는 입학사정관제로 죽전·천안캠퍼스의 특성화와 정체성을 구현하고 있다. IT·CT특성화를 추구하는 죽전캠퍼스 전형에선 창의성을 중시하고, BT특성화 전략을 택한 천안은 진취적 인재를 인재상으로 삼고 있다.

■ 입학사정관제 내실화에 주력=단국대는 이를 위해 ‘유연면접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학부(과) 특성을 살린 면접방식이다. 천안의 BT인재전형에서 실시하는 ‘Lab 면접’이 좋은 예다. BT 분야에서 잠재성을 가진 인재를 찾기 위해 실험실에서 면접을 실시한다. 다양한 실험기구를 활용, 직접 실험을 해보게 함으로써 실험수행능력을 평가한다.

IT·CT인재전형에선 동영상이나 사진파일을 제시, 이에 대한 발표를 하게 하거나 박물관을 방문해 과제를 수행토록 한다. 이를 통해 학생의 창의성이나 탐구역량을 평가하는 것이다.

김경섭 팀장은 “유연면접시스템에서 제시하는 실험주제나 자료가 매번 다르기 때문에 사교육이 따라올 수 없다. 반면 과제를 수행하거나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를 하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처장도 “학생 한 명당 30분간 심층면접을 하다보면 그 학생이 가진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다”며 “입학사정관제가 일반전형보다 변별력에 떨어진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단국대는 올해부터 입학사정관제 확대보다는 내실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학본부 내 입학카운슬링센터를 설치했다. 전공교수·입학사정관·선배학생이 참여해 입학사정관전형 선발학생을 관리한다. 예비대학 등을 통해 신입생의 정착을 돕고, 재학 중에는 자아성장·진로개척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이 원하는 진로로 나갈 수 있게 지원한다.

김 처장은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대학의 선발과정은 다양해졌는데 교육과정은 같다는 점에 고민이 있다”며 “사정관제도로 들어온 학생들에 대한 접근방식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을 밀착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제작 경험, 전공 공부에 자신감”
 [인터뷰]입학사정관전형 선발 곽다혜 학생

“졸업하면 방송국 프로듀서가 되는 게 꿈이다. 그러려면 재학 중 사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 지식과 견문을 쌓아야 한다.”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1학년 곽다혜씨의 꿈은 방송국 PD다. 어릴 적 TV프로그램을 즐겨보던 그에게 이런 꿈을 갖게 해준 것은 중·고교 시절의 방송반과 입학사정관제다.

“학교 방송반 활동에서 방송기계를 다루고 방송멘트 작성하는 게 즐거웠다. 방송을 하는 점심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수원시 청소년육성재단에서 운영하는 미디어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 뉴스 △패러디 CF △단편영화 제작에도 참여해 봤다. 그러다 보니 전공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대학에 들어올 때 과 동기들보다 성적이 좀 낮아 걱정도 있었지만, 영상 촬영·편집을 해 본 친구들이 거의 없어 전공 공부에 자신감이 생겼다. 학과 선배들도 영상제작을 해본 경험을 인정한다. 이런 기대에 부담감도 생기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곽 씨는 교내활동에 못지않게 다양한 교외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국 PD가 되려면 독창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도 필요하고 학문적 지식도 중요하다”며 “대학 다니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견문도 넓히고 지식도 쌓겠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인터뷰하러 인사동 간다”
고교에선 현장체험학습 ‘활발’

대학의 변화는 고교 교육의 변화를 유도한다. 올해 단국대 입학사정관전형에 가장 많은 합격생(23명)을 배출한 용인의 동백고는 교과체험학습이 활발하다.

손용태 진학부장은 “1년에 4번씩 교과체험학습을 하고 있다”며 “영어·수학·과학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적성에 맞게 체험학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중간·기말고사가 끝날 때마다 체험학습을 나간다. 그러다 보니 1년에 4번씩, 3학년 때까지 12번을 다녀온다. 학생들은 자신이 앞으로 전공하고 싶은 분야를 택해 교과별 체험학습을 다녀온다.

과학에 흥미를 가진 학생은 교사와 함께 대학의 실험실을 견학한다. 영어를 전공하고 싶은 학생은 인사동을 찾아 외국인과 인터뷰를 해 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적성을 새로 발견하는 학생도 있다.

손용태 부장은 “교사 1인당 학생 20명이 한 조가 돼 체험학습을 나간다”며 “1학년 때는 자신의 적성을 찾아 여러 교과에서 체험학습을 해보고, 2학년 때 자신의 진로와 전공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동백고에서는 정기적으로 ‘미래 명함 만들기’와 ‘나의 비전 선포식’을 연다. 자신의 장래희망을 고민해 미래의 명함을 만들어보고, 자신의 비전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행사다.

손 부장은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학생들이 고교 1학년 때부터 진로나 전공을 고민하게 됐다”며 “미래 명함 만들기, 비전 선포식은 학생들이 고민해서 얻은 꿈을 구체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미래상과 비전을 설정한 뒤에는 자연스럽게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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