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대한정책연대회의 사무국장·국민대교수)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경제학자의 십중팔구는 이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거나 '신문지상에는 자주 등장하지만 경제이론에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사실 신자유주의란 정치사상, 또는 정책적 경향이지 경제이론체계로서 존재한 적은 없다. 엄밀히 말하면 시장을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이 정치세력을 등에 업고 규제완화, 민영화, 개방화 등 시장과 자본 편향적인 정책 메뉴를 개발해 실제 정책에 응용한 것을 일컫는다. 각 나라마다 실시한 정책메뉴와 강도가 다르며, 같은 정책을 실시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현실의 여건이 상이한 만큼 효과도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일반론적으로 취급하기도 힘들다.

유럽대륙처럼 노조나 사회민주적인 정치세력이 강고한 경우에는 그야말로 부드러운 신자유주의, 시장기능을 강화하고 개방정책을 취하지만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복지정책을 포기하지도 않고, 극단적인 노동시장 유연화도 시도하지 않는 이른바 제3의 길도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는 극단적인 노동시장 유연화, 자본시장(주주) 중심 자본주의의 구현, 복지 삭감 등을 추구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효과가 아직은 크지 않다.

그 중간쯤에 영국의 경우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소득의 양극화(20:80 사회), 고용의 불안정화 및 비정규직 증대 경향과 함께 금융주도에 의한 축적이 진행되는 결과 카지노자본주의 경향과 함께 과도한 축적과 급격한 경기후퇴라는 경제불안정화 심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일부 긍정적인 측면, 즉 경쟁 격화에 따른 효율화, 탄력성의 증대 등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편 80년대 라틴아메리카, 사회주의 붕괴이후의 러시아 등에서는 시장경제가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규제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구한 결과 경제적인 침체와 혼돈, 사회적 공동체의 파괴를 경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는 시장지상주의와 시장권력의 강화, 그에 따른 정치적 권위주의(민주주의의 후퇴)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 신자유주의가 일반이론이 아닌 만큼 구체적인 정책 및 현실여건에 따른 효과를 통해서만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현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학자들 중에는 한국에서는 아직 구자유주의(19세기의 고전적인 자유주의)를 시도해본 적도 없는데 무슨 신자유주의가 있을 수 있느냐며 현정부의 개혁은 자유주의가 진보적인 정도만큼 진보적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논파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면 그 정책의 실제 적용 및 구체적인 효과를 보여야 한다.

단지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반적인 특징이 현정부 정책에서 나타나고 있다'거나,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반적인 효과가 이렇다'고 해서는 현실적인 비판이 되지 못한다.

한국의 경우 신자유주의는 기득권 세력과 강고히 결합하여 끊임없이 타협하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고, 개발독재권력을 시장독재권력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점, 급격히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을 개방하여 국제금융자본에 국민경제를 내맡기고 있다는 점, 외형성장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부실을 안고 있는 산업자본에 내부개혁과 체질강화의 시간도 없이 국제금 융자본과 국제자본시장에 내던져 넣음으로써 국내저축과 투자의 연결이 끊어질 지경이 되고 금융경색이 수시로 발생하거나 공적자금이 계속 투입되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안전장치 없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결과 비정규직의 급격한 증가, 노동의 불안정화가 초래됐다는 사실에도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실제적인 개혁이 없는 저차적인 신자유주의의 위험이 여기에 있다. 대안 연대회의(position21.jinbo.net)는 바로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속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우리를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있는지를 밝히고 참여, 자치, 민주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식인과 현장전문가의 결합에 의한 구체적인 대안과 공론화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