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잠든 동료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려대 의대생들이 재판 준비를 위해 대형 법무법인(로펌)의 거물급 변호사들을 대거 선임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기소된 남학생 3명 중 박모씨, 한모씨 등 2명은 공동으로 D로펌에 변호를 맡겼다. D로펌은 고법원장, 고검장 출신 등 전관 변호사가 유난히 많이 소속돼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박씨 등의 변론은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지낸 L변호사 등 3명이 전담한다.

또 다른 가해 남학생인 배모씨는 따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개인 변호사 2명과 로펌 두 곳 소속 변호사 5명 등 총 7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특히 배씨의 변호인 중에는 전직 재경지법 영장전담판사,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의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고려대 의대생 박모씨(23), 한모씨(24), 배모씨(24) 등 3명을 지난 10일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고려대 측은 이들에 대한 처벌을 미루고 있어 일부 동문들의 비판이 거세다. 고려대 졸업생·재학생 127명은 최근 학내에 붙인 대자보를 통해 “고려대가 성범죄자들에게 이리 누릇누릇 눅눅해진 이유는 무엇이냐. 가해자가 국내 유수의 로펌 변호사와 유력 인사의 자제라는, 그래서 우물쭈물하고 있다는 소문이 맞는 것인가?”라며 “고려대 당국은 성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구속된 의대생들을 출교시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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