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전공자 법조인 양성 로스쿨 취지 무색(?)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는 법학 전공자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사시합격’에서 ‘로스쿨 입학’으로 전향한 법학전공자들의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양한 전공 출신자를 법조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 취지가 점차 퇴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법학전문대학원협회의에 따르면, 협의회가 최근 공개한 ‘2012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응시 현황’에서 이 같은 추세가 확인된다. 올해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는 총 8795명이다. 이 가운데 법학전공자가 4426명(50.32%)으로 로스쿨 도입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법학전공자 비율은 로스쿨 도입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로스쿨에 입문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LEET 응시자 수가 2009년 이후 늘고 있다는 의미다.

2009학년도 LEET 응시자(1만960명) 가운데 법학전공자는 3488명으로 31.9%를, 2010학년도에는 응시자 8428명 중 2847명을 차지해 33.8%를 기록했다. 40%도 안 되던 법학전공자 비율이 로스쿨 도입 4년 만에 20%p 증가한 셈이다.

반면 비(非)법학전공자 비율은 꾸준히 감소세다. 공학계열은 2009학년도 1656명(15.2%)에서 올해는 712명(8.09%)으로 줄었다. 상경계열은 2009학년도 1593명 14.5%에서 2012학년도는 988명 11.24%에 머물렀다. 인문계열도 2009학년도 1462명 13.3%에서 응시생이 872명(9.92%)으로 감소했다.

때문에 다양한 전공출신자를 뽑아 법조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로스쿨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전형과정에서 법학전공자를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학계에선 법학전공자가 대다수인 기존 사법시험 대비 인원이 로스쿨 입시로 전향한 데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한다. 오는 2017년 폐지를 앞둔 사법시험이 단계적으로 합격인원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로스쿨 입학으로 방향을 튼 응시자가 많다는 얘기다. 사시합격자 수는 올해 1447명이지만 내년에는 500명, 2013년에는 300명 정도가 감축될 예정이다.

이종수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축소되면서 기존 사시 준비자들이 로스쿨입시로 갈아탔기 때문에 법학전공자 비율이 늘어난 것”이라며 “향후 사시가 폐지되면 법학전공자 수는 더 이상 늘지 않고 비법학전공자 수가 늘어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문현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도 “아무래도 법학전공자가 변호사시험 대비에서 비법학전공자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LEET 응시자 중 법학전공자가 늘어난 이유는 기존 법대 출신자들이 사시준비에서 로스쿨 입학으로 대거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2012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응시자 계열별 현황.(출처 :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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