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법적소송에 등록금 고스란히…사실상 횡령

교수 월급으로 13만 6000원을 지급해 논란이 된 성화대학. 이 대학 설립자 A씨는 교비 9억 4000만여 원을 빼내 자신의 소송비로 쓴 혐의로 현재 광주지검 장흥지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설립자는 2008년부터 2년간 교비 58억여 원을 횡령한 사건의 소송을 위해 또 다시 교비를 빼내 변호사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대 이순자 총장은 1억 2000여만 원의 소송비를 교비로 사용해 검찰로부터 벌금형을 받았다. 현재도 경주대에선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대학 한 교수는 “밝혀진 것만 1억 2000여만 원이다. 여전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어디서 소송비가 나가는 지 알 수가 없다”며 “재단 돈이 3500만원뿐인데, 억대의 소송비를 과연 어디서 지출했겠느냐”고 되물었다.

대학들이 각종 법적소송을 진행하는 데 교비를 펑펑 낭비하고 있다. 법인에서 지출해야할 소송비를 학생 등록금 등으로 조성된 교비에서 빼쓰는 것은 사실상 ‘교비횡령’이지만, 대학들은 버젓이 이를 교비에서 사용하면서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 특히 법인 전입금도 안 내는 대학들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소송비를 교비로 충당하고 있어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2항에 따르면 교비회계는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물건비, 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 설비비, 연구비, 장학금 등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지출할 수 있다. 학교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소송은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에서 사용해야 한다.

대학 소송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교수와 대학 간 소송도 마찬가지다. 올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주요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대학과 교수간 진행된 행정소송만 2007년 52건에서, 2008·2009년 61건, 77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그만큼 지출되는 소송비도 늘었다는 얘기다. 대학들은 “학교운영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교비로 사용해도 된다”고 해명하지만, 교과부 설명은 다르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질의회신사례집에 따르면, 교원의 임면권이 학교법인에 있으므로(임면권이 총장에 위임돼 있는 경우는 예외)합당한 사유를 제외하고 소송비는 법인회계에서 지출해야 한다. 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를 어기고 소송비를 교비에서 지출하는 것은 ‘교비횡령’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버젓이 교비로 각종 소송비를 부담하고 있다. 사실상 ‘교비횡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과학대학은 총장과 이사장이 2억여 원의 소송비를 교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임원 승인이 취소됐다. 2008년도에 1850여만 원의 소송비를 교비로 사용해 검찰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고 교비를 돌려냈으나, 이후에도 계속 교비로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재단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법인전입금을 못 내는 대학들은 소송비를 교비에서 지출했을 확률이 더욱 높다. 현재 사립대 10곳 중 8곳이 법인전입금을 안 내고 있다. 실제 지방의 한 대학 직원은 대학평의원회에서 교수가 소송비 지출의 출처를 묻자 “법인에 돈이 없어 교비를 썼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들은 각종 소송비를 법인 돈이 아닌, 학생 교육에 사용해야할 교비로 사용하면서 등록금을 올려온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의 철처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사립대 교수는 “법인전임금도 안 내는 사립대들이 교비를 마치 자기 돈처럼 쓰면서 마구잡이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사실상 위법을 하고 있는데도 교과부가 관리감독을 안 한다”고 지적했다.

경주대 교수도 “대학이 법정부담금은 하나도 내지 않고, 소송비까지 등록금으로 해결하니 등록금이 안 오를 수 있겠느냐”며 “이런 문제로 교과부 감사를 수차례 요청해도 감사를 나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송비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는 대학평의원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주대 교수는 “대학평의원회에서 재단에 제대로 예결산 자료를 요구하고 자문하면 된다. 하지만 제대로 요구한 교수들은 현재 다 학교에서 잘린 상태”라며 “이제는 소송비가 교비에서 나갔는지, 법인에서 나갔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과학대학 이모 교수도 “수많은 사립대가 이런 식으로 소송비를 교비로 쓰고 있을 것”이라며 “교육당국은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를 더욱 엄격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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