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포드 대학은 1891년 10월 6년여의 준비 끝에 5백55명의 입학생을 받아들여 대학의문을 열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리랜드 스탠포드와 그의 아내 제인 스탠포드는 15살에 열병으로 죽은 아들 리랜드 주니어를 추모하기 위해 대학을 세웠다. 자기 아들 대신 다른 사람들의 '아들 딸'을 위해 금광으로부터 나오는 수익금과 철도회사 재산 및 팔로알토의 8천 에이커 농장을 내놓았다. 이 부부는 구습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대학을 세워 '건실하고 교양있는 시민'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2000회계연도 예산은 17.8억 달러에 이르렀다. 대학재정 주요 수입원은 연구 관련수입 38%, 투자수익 22%이며, 학생등록금이 16%를 차지하고 있다. 지출은 교직원 봉급 등에 42%, 각종 시설유지·도서·컴퓨터 시설에 34%가 쓰인다. 지난해 기부금은 5.8억달러에 달했다. 35명으로 구성된 재단이사회(Board of Trustee)가 투자자산관리, 예산책정 등 학교경영기본방침을 결정하고 총장을 선임한다. 이사들은 정부기관 인사도 있으나 교수, 변호사, 금융기관, 투자회사 등 독립 민간 인사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지배구조(university governance)하에서 대학의 투명경영이 자연스럽게 보장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교수·학생들이 몰려들어 명문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으며 매년 기부금도 늘어가고 있다. 얼마전 경기도 이천에 있는 청강문화산업대학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한 중소기업이 5년 전 '인간, 자연, 문화사랑'을 모토로 개교한 디자인분야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3천여명의 재학생이 컴퓨터 게임, 애니메이션, 멀티미디어 디자인, 만화창작, 도자기디자인 등을 전공하고 있다. 취업율은 대략 80%수준이라고 한다. 이 대학이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수준높은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남양알로애 설립자가 학교발기 이전부터 시설투자를 탄탄하게 실시한데다 정희경 이사장이 '사학을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대학운용 철학에서 비롯됐다. 부채가 없는 상태에서 대학운용자금 때문에 바둥거리지 않아 학생 등록금이 허튼데 쓰이지 않고 투명하게 학교발전에 재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부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 받아 건물 올리고 기자재 구입하고 정립금도 만든다는 소리도 들린다. IMF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가 뼈져리게 느꼈던 것은 우리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의 규모와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빴다는 것이다. 부실이 은폐되었기 때문에 조금만 도와주면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은행자금이 기업에 지원됐고, 공적자금을 은행에 쏟아 부었다.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투명성 개선이 가장 큰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하위에 속한다. 주식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실적을 가진 외국기업에 비하여 낮게 평가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투명성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 가운데는 한국기업의 투명성이 지금보다 한단계 향상되면 당장 30%의 주가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세계적 기준으로도 우수한 기업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지위확보를 위해 지배구조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투자자 보호 단체를 만드는 등의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도 이제 시장경쟁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이제 재단 이사장이나 총장도 기업의 CEO처럼 투명경영을 요구받는 시절이 도래했다. 투명경영에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학의 인사·회계 분야의 전산화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산화를 통한 정보공유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치도 보장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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