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문제에 책임통감" 자성의지 밝혀

한 대학강사의 자살사건으로 인해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원로·중진 교수들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동참을 선언했다. 정규교수로서 권리의식만을 내세우며 방관했던 과거에 대한 참회와 함께였다. 30일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에서 교수7단체로 이뤄진 전국교수단체연대가 주최한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원로 및 중진교수 기자회견’에서 참석 교수들은 “정부와 대학당국은 시간강사 문제의 책임 당사자로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우리 역시 선배 교수이자 학문 동료로서 배타적 권리의식을 누리며 대학·재단과 함께 시간강사제도를 악용해 온 책임이 있다”며 자성의 뜻을 표했다. 원로·중진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지는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온 대학당국의 비인간적 처우와 이를 개선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의 무책임, 그리고 학문동료인 시간강사 문제를 등안시 해온 전임교수의 무관심이 빚은 합작품”이라며 밝혔다. 이들은 “따라서 우리 원로·중진 교수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 개선이 있을 때까지 비정규 교수들과 함께 1인 시위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와 대학당국도 전임교수의 법정충원률을 준수하고, 시간강사에 교원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강사들이 연구와 강의에 충실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로·중진 교수들은 강사문제 해결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논란에서 “시간강사에 대해 왜곡된 채 퍼져있는 사회의 인식을 볼 수 있다”며 교정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들도 시간강사 문제를 학문연구와 교육이라는 연구자 본연의 사회적 역할에서 바라보지 않고, 기초적 전공강의나 교양강의를 통해 교수로서의 강의능력을 쌓게 하는 통과의례로 봐왔던 게 사실”이라며 강사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편승, 침묵해온 것에 대해 먼저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시간강사는 학문연구와 교육의 주체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식으로 개인의 선택 문제를 들이대거나, 시장경제논리로 이들을 평가해서는 안된다”며 "학문의 사회성에 주목해 시간강사의 사회적 역할에 합당한 대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원로·중진 교수들은 자책감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소회를 각각 밝히기도 해 눈길을 모았다. 성균관대 이운구 전 교수는 “현직에 있을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는데 용기를 못내고 여기까지 왔다”며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학문 후배들에게 용서를 구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성균관대 성대경 전 교수는 “귀중한 연구자를 잃은 후 열린 만시지탄이 있는 모임”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생계문제를 떠나서 학문의 장래가 달린 문제인 만큼 대학과 사회가 방치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전국교수노조 황상익 위원장(서울대 교수)은 “(교수노조 차원에서) 시간강사 처우개선 문제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현안이라 누누히 밝혀왔지만 해결을 위한 노력은 미흡했다”며 자성했다. 이날 성명에는 변형윤·김진균·백낙청(서울대), 성대경·이운구(성균관대), 조동걸(국민대), 주종환(동국대), 박영신(연세대), 국순옥(인하대) 전 교수, 신영복(성공회대), 강정구(동국대) 교수 등 원로 및 중진교수 30여명이 참여했다. 원로·중진교수들은 매일 정오께 1시간씩 교육부 앞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으며, 회견당일은 첫 번째 시위자로 노태구 경기대 교수가 나섰다. 한편, 교수단체들은 지난달 19일 국가인권위에 시간강사 인권침해 문제를 제소한데 이어 2일 국회와 함께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정책토론회를, 8일에는 청와대 앞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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