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 보장 위한 종합대책 필요"

환경과 개발 간의 갈등은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이 지방자치단체나 국가를 상대로 ‘기싸움’을 벌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도로’를 둘러싼 분쟁이다. 도로 증설을 통해 폭증하는 자동차로 인한 교통체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정부 등을 상대로 대학들은 교육환경을 지키기 위해 버거운 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교육환경 유지와 보존을 상위에서 기율할 수 있는 법규나 분쟁해결 절차 등의 법제도가 미비돼 있어 지나친 행정력의 낭비까지 초래하는 실정이다. 이들 대학 구성원들은 “교육환경의 훼손을 막는 구체적인 대책”을 교육당국에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학교 인근을 지나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이하 순환도로)의 건설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와 함께 조직적 대응을 벌여왔다. 최근 착공돼 오는 2008년 완공예정인 순환도로 설계안에 따르면 서울대 앞 2백미터 지점에 ‘관악나들목’이 설치되고, 대규모의 고가도로가 학교 옆을 가로지르게 된다. 또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산과 우면산을 관통하는 터널도 들어서게 돼 환경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환경운동연합 등 28개 시민·환경단체들과 함께 서울대 부총장을 공동대표로 하는 ‘강남순환도로를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결성하고 도로개설 저지에 나섰다. 공대위는 “순환도로는 수도권 외곽의 장거리 통과차량을 끌어들여 오히려 교통혼잡을 부채질하고 관악산·우면산을 관통하는 터널의 경우 환경을 파괴해 서울의 숨통을 조일 것”이라며 순환도로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남부순환도로 및 올림픽대로 등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도로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며, 일부 고가도로를 지하화하는 방안을 포함,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 공대위와 서울시의 입장차가 너무 커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창원대는 학교 뒤 부지를 통과하도록 설계된 국도25호선 대체 우회도로를 놓고 수년간 창원시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심교통난 해소를 위해 이 도로의 개설을 추진해온 창원시는 1단계 구간 공사가 올 연말 준공을 앞두게 됨에 따라 창원대 부지가 포함된 2단계 구간의 노선확정을 서두르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96년 설계 당시부터 이 도로의 대학부지 통과를 반대해온 창원대와 창원시 사이의 격론이 또 다시 불붙었다. 대학측은 “이 도로가 수목이 울창한 정병산을 관통함으로써 생태계 교란과 수질오염이 심각해질 뿐 아니라 창원대 기숙사와 불과 50~1백 여 미터 거리에 있어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교육환경 훼손이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대학의 성장에 따라 활용 해야 할 부지에 도로가 들어서면 중장기발전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있다. 이에 대해 시측이 “대학의 피해를 막기 위해 추가공사비를 들여 대학구간에 터널을 뚫겠다”며 수정안을 내놓자, 대학측은 이 도로를 대체할 독자적 대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인근 지역주민들이 도로의 조속한 건설을 촉구하는 주민모임을 결성하고, 이와 반대로 지난 16일 창원대 총학생회와 교수회, 총동창회는 노선의 대학 후면통과에 반대, 시장과의 공개 면담을 요청하는 등 갈등은 시·주민과 대학 간 대립으로 비화되고 있다. ◆세경대학(강원도 영월 소재)은 88번 지방도로가 대학의 일부 부지를 통과하는 것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를 상대로 격렬히 항의하고 나섰다. 대학부지 3만3천여평 가운데 1천여평을 지나는 이 도로는 높이 30m에 시속 80km의 준 고속 고가도로. 그렇지 않아도 신입생 모집난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이 도로가 건설되면 존폐의 기로에 처할 것이라 대학측은 우려하고 있다. 이정애 세경대 학장은 “기숙사와 강의실에서 불과 30여m쯤 떨어진 곳에 이 도로가 시공되면 교육권 침해와 기숙사생의 불편이 극심할 것”이라며 “특히 6개월~1년에 걸친 공사기간 동안 각종 공사소음과 분진, 진동 등으로 캠퍼스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월군측은 “도로설계를 결정하기 전에 공청회를 통해 주민 의견 등을 수렴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 이에 대해 대학측은 “대학부지가 도로에 편입됐다는 통보도 받은 적이 없고 언론에 의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반박했다. 세경대학 교수와 학생 대표 등은 최근 잇따라 영월군과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강원도청을 방문해 건설 재검토를 촉구해왔으나 현재 공사는 학교 바로 앞까지 이뤄진 상태. 지난 18일부터 대학측은 영월읍 일원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또 조만간 건설교통부를 방문, 진정서와 서명부를 전달하는 한편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실력 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