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의혹'..'버티기'..사퇴까지

참여정부 다섯번째 교육부총리에 오른 김병준 부총리가 지난달 21일 취임이후 재임기간 13일만에 물러났다. 김 부총리는 취임부터 그동안 내내 국민대 교수 시절의 논문 관련 논란과 의혹에 시달렸다. 교육부총리로 취임하기 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병적기록부상 학력기재 오류'와 '자녀의 외국어고 편입학' 등 개인적 이력 때문에 일부 야당의원들로 부터 세찬 공격을 받았다. 김 부총리는 교육부총리로서 공식 취임한 지난달 21일 취임사를 통해 "대학의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대학평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의 구조조정작업을 가속화할 의지를 내보였다. 취임 첫 공식 일정은 지난달 23일 강원 평창군 수해지역의 피해학교에서 시작됐다. 김 부총리는 피해학교를 방문, 격려금과 위문품을 전달하는 교육부 수장으로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취임 후 첫번째 맞는 월요일(24일) 아침 논문 표절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육계 수장으로서의 입지에 흠집을 입었다. 김 부총리가 교수 재직시절 제자인 신모씨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김 부총리는 "내 논문이 제자의 논문보다 먼저 작성됐을 뿐 아니라 주로 사용된 분석의 방법과 내용, 기술의 방법 또한 크게 다르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25일 한국행정학회에 표절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는 등 발끈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제자가 내 논문의 연구가설 설정과 분석, 방법, 분석틀을 원용했다"고 밝히며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당시 철저한 해명요구와 함께 부총리직 사퇴까지 촉구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이런 의혹제기를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규정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이런 와중에 김 부총리는 27일 경기 수원시 리츠호텔에서 열린 전국 시ㆍ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 외국어고 모집제한 연기 및 영어교육 혁신계획 등을 발표하는 등 다시 정상적인 일정을 지속했다. 그러나 교육부총리의 논문 표절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도 이날이었다. 김 부총리가 동료교수들과 공동으로 교육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인 BK(두뇌한국)21 사업에 선정돼 연구비를 받은 후 동일한 논문을 2개의 연구 실적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아마 최종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실무자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연구자가 최종 확인했어야 했는데 못한 것은 두말할 것 없는 제 잘못"이라며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렇지만 자진 사퇴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28일에는 김 부총리의 국민대 연구팀이 BK21 사업비를 받은 후 과거 논문을 '재탕한' 김 부총리 논문을 BK21 연구실적인 것처럼 보고한 사실이 공개됐다. 논문관련 의혹이 잇따르면서 당초 의혹제기를 '정치공세'로 맞받아쳤던 여당 일각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고개를 들었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와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 교수회, 참여연대 등 교육계와 시민단체까지 자진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김 부총리 논문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사퇴를 거론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며 일단 김 부총리의 손을 들어주려 했다. 교육부도 주말인 29일 새롭게 제기된 김 부총리의 논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고 김 부총리는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3시간이상 진행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국무위원 워크숍에 참석한 것은 물론 만찬에까지 함께 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해냈다. 그러나 휴일인 3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학사모), 심지어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까지 김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외부 단체의 사퇴 압력이 가중됐다. 김 부총리는 이날 갑자기 출근, 예정에도 없던 실.국장회의를 주재, 한때 자진사퇴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청하는 등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엄상현 기획홍보관리관을 통해 배포한 '사실을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해명서에서 "국회에 부담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각종 논문 의혹들과 관련, 국회에서 청문회를 개최해줄 것을 감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국회에서 진상조사를 할 경우 성실히 응할 것이며 적절한 공개토론의 장이 마련되면 내가 직접 참여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혀 논문사태로 야기된 사퇴압력 등 위기국면을 정면돌파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끊이지 않는 논란과 의혹 속에 여권 내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여권 수뇌부가 긴밀히 접촉하고 각료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가진 국무총리가 총대를 메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김 부총리의 사퇴가 점점 기정사실화될 조짐이 나타났다. 31일에는 김 부총리가 국민대 교수시절 제자인 현직 구청장으로부터 1억원대의 연구용역을 수주하고 이 구청장의 박사학위 논문 통과에 편의를 제공했다는 이른바 '학위거래'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김 부총리는 이를 다시 전면 부인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사퇴논란이 일고 있는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 1일 국회 교육위원회 진행상황을 지켜 본 뒤 공식입장을 표명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김 부총리는 국회 교육위에 출석,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장시간에 걸쳐 '결백'을 주장했다. 국회 교육위에서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억울함을 해명하기 위해 이자리에 섰다"라고 맞섰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사퇴는 무슨 사퇴냐"고 밝혀 한때 부활을 예고하기도 했다. 게다가 당초 교육위 청문이 끝나는 대로 입장을 밝히려던 한명숙 국무총리가 '여론 수렴'을 이유로 입장 표명을 미룬데다 청와대가 김부총리의 교육위 해명을 '잘했다' 로 긍정적(?)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심야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김 부총리 퇴진 불가피론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결국 김 부총리는 2일 아침 청와대를 먼저 찾아 퇴진 의사를 전달한 후 13일만의 교육부총리 여정을 마무리했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고통을 당한 가족들과 함께 당분간 쉬고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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