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인터뷰 영상 화제 …"이제는 실수 말고 업적으로 평가받고 싶어"

▲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가 15일 부산대 본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당시도 지금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가족은 유명인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라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는 행복을 찾는 행복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이 벌어진 뒤 그저 웃었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family blooper video)로 유명해지기보다는 업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데 미디어에서 재미있게만 비추는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 동영상으로 인해 오늘의 기자회견도 가능한 것 아닌가 싶다.”

‘부산대가 낳은 세계적 스타’ 로버트 켈리(Robert Kelly) 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공개석상에 나섰다. 켈리 교수는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 인용 관련 영국 공영방송사 BBC뉴스 화상인터뷰에 응하던 도중 어린 자녀들이 난입하는 바람에 난감해하고 부인이 아이들을 급하게 데리고 나가는 방송사고 영상이 유튜브에 퍼지면서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은 귀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부인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일부 매체와 네티즌들이 보모(nanny)라고 표기해 인종차별 및 성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연일 화제가 되고 국내외 언론들의 취재 요청이 쇄도하자, 부산대가 나서서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켈리 교수와 부인 김정아씨는 간밤에 방송사고가 발생했던 영국 공영방송사 BBC와 한 차례 후속인터뷰를 진행한 후였다.

부산대에서의 기자회견은 15일 오후 2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켈리 교수는 세간의 관심에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반응이었다. 어린 아이들과 부인 김정아씨가 함께 자리한 만큼 가족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영상 속에서 처음으로 춤을 추며 등장한 딸 메리안은 사탕을, 9개월 된 아들 제임스는 과자를 손에 쥐고 있었다.

켈리 교수는 “여러분께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해당 영상으로 촉발된 루머와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아내 김정아씨는 내 부인이지 보모가 아니다. 영상에 처음 등장한 딸 메리안과 9개월 된 아들 제임스다. 사람들이 물어보곤 하던데, 부인은 이 아이들에게 너무 강한 힘을 가하지 않았고 나도 세게 밀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딸 메리안이 한국어로 엄마에게 ‘왜 그래, 엄마?’ 하고 묻는 이유는 평소 서재에 자유롭게 드나드는데 이날따라 밖으로 급히 내보내니 그렇게 질문한 것이다.”

당시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아내와 싸우지 않았으며, 단지 ‘다시는 BBC 인터뷰를 못하게 되겠구나’ 싶어 걱정했다고 밝혔다.

켈리 교수는 이번 해프닝이 벌어진 뒤 처음으로 지난 13일 수업을 진행했다. 그가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그를 맞았다.

어제와 오늘 모두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모두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학생 중 한 명은 내가 예전에 산타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교수 신용에 영향을 받을 거란 우려를 하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내 에세이나 글을 더 많이 읽어줬으면 한다. 언론에서 연락 주신 분들이 여럿 있는데 여전히 전화나 이메일은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켈리 교수가 부산대에 부임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9년 전인 2008년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용 공고가 나와서 지원했고, 정식 채용됐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정치외교학과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부산대의 정통성에 큰 인상을 받았다는 켈리 교수는 부산에 대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전망에 대해 학자로서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는 “교수로서 정치적 상황에 코멘트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도 “60일 이내 대선이 있을 예정이고, 그때까지 모든 헌법이나 규정을 따르기만 한다면 모든 게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로버트 켈리 교수는 국제관계학·정치학 전공으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부터 부산에서 거주했으며 지금의 부인 김정아씨를 만나 결혼하고 두 자녀를 낳았다. 부산대에서 2008년 2학기부터 '미국외교정책론' '동아시아 국제관계론' '한국 외교정책' 등 관련 강의와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 외에도 독어와 불어, 러시아어, 라틴어, 고대그리스어를 구사하며 국내외 매체에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왼쪽)와 부인 김정아씨 가족이 15일 부산대 본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