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모집단위 2등급 3개에서 3등급 3개로 수능최저 대폭 완화
성악·기악·국악은 3등급 2개에서 4등급 2개로 기준 낮춰
탐구영역 반영방법 변화 ‘유의’…2과목 모두 기준 등급 충족해야

(사진=서울대 제공)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서울대학교(총장 오세정)가 올해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12일 공식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 교육과정을 따르지 못한 고3들이 올해 대입에서 불리해질 것이 예상되는 탓에 교육부 등이 앞장서 대학들에 '고3 대입 구제책'을 내놓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2021학년 대학 신입학 수시모집 안내’ 수정본을 게시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됨에 따라 일선 고교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 다소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상황을 고려해 2021학년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을 변경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울대가 발표한 모집요강 수정본에 따르면, 당초 알려진 대로 올해 수시 지균 수능최저는 대폭 완화된다. 서울대가 본래 계획했던 인문·자연계열 등의 지균 수능최저는 2등급 3개 이상이었다. 바뀐 기준에 따라 올해 수시에서는 3등급 3개 이상을 받으면 수능최저를 충족한다.

여타 모집단위와 다른 기준이 적용되던 음악대학도 수능최저를 낮췄다. 3등급을 2개 이상 받아야 했던 성악과·기악과·국악과는 4등급 2개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작곡과는 인문·자연계열과 마찬가지로 2등급 3개 이상이던 수능최저가 3등급 3개 이상이 됐다. 

탐구영역 등급 인정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에 수험생들은 유의해야 한다. 본래 서울대는 탐구영역에서 2등급을 계산할 때 2개 과목의 등급합이 4등급 이내면 2등급을 받은 것으로 인정했다. 탐구영역 2과목에서 각각 1등급과 3등급을 받은 경우에도 2등급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수능최저를 3등급 3개로 조정하면서 탐구영역 등급 산정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탐구영역에서 3등급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2과목 모두 3등급 이내 성적을 받아야 한다. 2등급과 4등급을 각각 받아 평균 3등급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3등급보다 낮은 성적이 포함돼 있기에 3등급을 받은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성악과·기악과·국악과 수능최저 탐구영역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2개 과목 등급합이 6 이내면 3등급을 받은 것으로 봤지만, 4등급으로 2개로 수능최저를 낮추면서 탐구영역에서 2과목 모두 4등급 이내인 경우만 인정하기로 했다. 

수능최저 충족기준을 완화한 것을 제외하면 달라진 점은 없다. 기존과 동일하게 모집단위에 따라 달리 설정돼 있는 수능 응시영역기준을 지켜야 한다. 

서울대는 모집단위를 3개 유형으로 구분해 각기 다른 수능 응시영역기준을 적용한다. 유형Ⅰ에 해당하는 인문대, 사회과학대, 경영대, 농경제사회학부, 인문계열 사범대, 식품영양학과를 제외한 생활과학대, 자유전공학부는 두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를 택해 수능에 응시하면 된다. 국어와 영어, 한국사는 어떠한 경우라도 응시해야 하는 반면, 수학은 가형과 나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탐구도 사탐과 과탐 가운데 어느 영역에 응시해도 무방하다. 단, 수학 나형에 응시한 수험생은 제2외국어/한문에 반드시 응시해야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유형Ⅱ에 해당하는 자연과학대, 공대, 농업생명과학대(농경제사회 제외), 자연계열 사범대, 식품영양학과, 수의대, 의대, 치의학과는 유형Ⅰ과 달리 선택지가 제한돼 있다. 단 한 가지 방식으로만 수능에 응시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국어, 영어, 한국사에 더해 수학 가형과 과탐을 필히 선택해야 한다. 

유형Ⅲ인 간호대, 미대, 체육교육과, 음대는 유형Ⅰ과 선택 방법이 유사하다. 수험생들은 국어, 영어, 한국사를 선택하는 데 더해 수학 가형과 나형, 과탐과 사탐 가운데 어느 과목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유형Ⅰ과 달리 수학 나형을 선택한 경우에도 제2외국어/한문에 응시할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 

모든 유형에서 선택 가능한 과탐에 응시하기로 한 경우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분야의 과목을 선택해야 하며, Ⅱ과목도 1개 이상 응시해야만 한다. 화학Ⅰ+화학Ⅱ처럼 동일 분야에 응시한다거나 화학Ⅰ+물리Ⅰ처럼 Ⅱ과목에 응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합격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대는 이번 수능최저 완화를 통해 고3들의 대입 구제책을 마련했다는 명분에 더해 수시에서 결원이 예년 대비 덜 발생하는 실익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서울대는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로 인해 지균에서 100여 명 안팎의 인원을 선발하지 못했다. 수능최저가 완화됨에 따라 예년 대비 많은 신입생을 지균에서 선발,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이 정시로 이동하는 ‘수시이월’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수능최저 변경 방안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대학들의 셈법은 복잡할 전망이다. 예년이라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서울대가 아닌 다른 대학에 등록하게 됐을 인원들이 서울대로 진학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서울대보다 선호도 낮은 대학에서도 합격생들이 이동하는 ‘연쇄반응’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앙대를 비롯해 일부 서울권 주요대학도 현재 수능최저 완화 방안을 놓고 검토를 거듭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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