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지역혁신 사업 ‘단일형’ 폐지…내년 복수형 1개만 선정
강원·전북·제주 사업 지원 불가…‘지역 내 광역시 없어’
지역균형발전 사업 취지 역행, 국회 교육위 ‘제동’
교육위, 유형 폐지, 단일형 추가 선정 요구…박 차관 “수용”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이 개편되면서 강원·전북·제주 내 대학들은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사진은 지역 내 거점국립대인 강원대·전북대·제주대의 모습. (사진=강원대·전북대·제주대 제공)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이 개편되면서 강원·전북·제주 내 대학들은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사진은 지역 내 거점국립대인 강원대·전북대·제주대의 모습. (사진=강원대·전북대·제주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에 강원·전북·제주 내 대학이 지원조차 할 수 없어 반발이 일고 있다.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국회가 모든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논의 중이다. 

교육부가 내년 1710억원이 투입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이하 지역혁신 사업)’의 선정 방식을 올해와 달리 하기로 결정했다. ‘단일형’은 생략하고 ‘복수형’만 신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단일형이란 한 개의 광역시나 도를 의미하며, 복수형이란 도와 그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광역시의 연합, 또는 하나의 도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광역시 간 연합을 뜻한다. 

2021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복수형 한 개를 선정하기 위해 480억원을 반영했다. 올해 선정된 단일형을 복수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센티브 150억원도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내년도 사업에 단일형을 폐지하고, 복수형만 선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광역시가 없는 특정 지역은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전국 9개 도 가운데 지역 내 광역시가 없는 곳은 강원·전북·제주·충북 등 총 4곳. 이 중 올해 단일형으로 선정된 충북을 제외하면, 강원·전북·제주는 지역 내 광역시가 없어 연합체를 이루는 것부터 불가능하다. 내년도 지역혁신사업에서 복수형 한 곳을 선정하는 방식이 확정된다면 이들 지역 내 대학은 도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내년도에 복수형 신규 지원이 가능한 지역은 이미 나왔다. 올해 복수형으로 사업에 선정된 광주·전남 연합체, 단일형으로 선정된 경남과 충북을 제외하면, △경북·대구 △충남·대전·세종 △울산·부산 등이 해당된다. 

인센티브 150억원이 책정된 전환형 대상 지역도 사실상 나와 있는 상태다. 기존 사업 선정 지역 중 처음부터 복수형으로 지원한 광주·전남을 제외하면, 지역 내 광역시가 있는 곳은 경남이 유일하다. 경남은 울산이나 부산과 연합체를 이뤄 복수형으로 전환할 시 기존 지원금에 더해 150억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단일형을 사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 결과적으로 특정 지역의 사업 진입을 막은 정부안을 두고 우려가 쏟아진다. 지역균형발전과 낙후 지역 위기 극복을 위해 대학·지역의 협력을 요청한 사업 목적 자체가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이 오히려 사업에서 소외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비판도 더해진다. 

한 지역 대학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화려한 첫발을 내딛은 지역혁신사업에 일부 지역이 참여조차 못하는 것은 당초 취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낙후와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오히려 이들 지역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체 지역 플랫폼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확정된 정부안은 복수형 1개”라며 “현재 국회에서 예산 심의 중으로 결과에 따라 지원 자격변동이나 확대 등 기준이 바뀔 수 있다”고 답했다. 국회에서 정부안을 확정한다면 교육부가 사업에 관한 사항을 임의변경할 수 없다.  

■ 교육위 “유형구분 삭제” 제동…차관 “수용” = 특정 지역이 제외되는 정부안에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 유형구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강원·전북·제주 대학의 사업 참여의 길이 열릴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11일 열린 국회 교육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에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 선정단계에서 복수형·단수형 유형 구분을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부대의견이 제시됐다. 

교육위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는 교육부 방안과 달리 복수형·단일형이라는 유형 구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과 같이 복수형과 단일형을 구분하는 체제(를 유지하는) 경우 강원도와 같이 물리적 거리 등으로 인해 연합을 형성하기 어려운 지역은 사업 신청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 대학을 늘리도록 사업을 확대할 것도 주문했다. 교육위는 단일형 한 곳을 추가로 선정하기 위해 정부안보다 300억원을 증액한 1710억원으로 책정했다. 보고서는 “복수형 외에 단일형을 추가로 선정하거나 사업구조를 단일형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단일형에서 성과를 우선 창출하고 주변지역과 통합함으로써 해당 성과를 타 지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지역에만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 ‘국가균형발전’이란 당초 사업 목적과는 동떨어지게 된다는 지적도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본 사업의 취지는 국가균형발전 및 지방대학육성(이다.) 플랫폼 구축이 늦어지는 지역은 이미 플랫폼이 구축된 지역과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역혁신 사업에 대한 지자체와 지역 대학들의 참여의지가 높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됐다. 올해 첫 사업을 진행한 결과 총 10개 플랫폼이 사업에 지원해 3개만이 선정된 바 있다. “해당 사업을 조속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산증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도 보고서에 담겼다. 

교육부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교육위 예산심사소위에서 이같은 의견에 대해 “수용한다”고 답한 상태다. 

남은 것은 예산결산특위(예결위)의 심사 과정이다. 현재 교육부 예산안은 교육위 의결을 거쳐 예결위 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교육위가 지적한 대로 단일형이 추가되거나 유형 구분 없이 모든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예결위 관계자는 “소위를 열어 한차례 논의를 거쳤다”면서 “심사기간이기에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 상임위 의견을 존중하며, 심사하는 데 참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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