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 상승 없도록 주의?…지난해 수준 유지 시 ‘불수능 예상’
출제위 “졸업생·재학생 학력격차 특이점 無”…출제 과정에 미반영 

(사진=교육부 제공)
(사진=교육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수능 출제위원회가 3일 시행 중인 2021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과정에서 “예년 기조 유지”에 집중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올해 수능이 ‘불수능’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고개를 든다. 재작년 시행된 2019학년 수능, 지난해 시행된 2020학년 수능 모두 ‘불수능’으로 분류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N수생이 유리할 것이란 예상이 파다했지만, 재학생·N수생 학력격차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더해진 점도 불수능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방향’ 브리핑에 참가한 민찬홍 수능 출제위원장은 “예년 기조 유지”를 수능 출제의 주요 기준으로 언급했다. 민 위원장은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뒤를 이어 2021학년 수능 출제 기본 방향을 밝히면서 “이번 수능은 예년의 출제 기조를 유지”하려 했다며,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수준을 충실히 반영하고,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 

하지만 ‘예년 기조 유지’라는 언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브리핑 내내 여러 차례 등장했다. 민 위원장은 “전반적인 수험 준비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 교육 내실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출제했다”며 “올해 두 차례 모의평가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예년의 출제 기조를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을 다시 말씀 드린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시작부터 늦어진 고3 재학생과 앞서 여유있게 수능을 준비한 졸업생 간 학력격차가 클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던 상황. 이를 출제 과정에서 고려했냐는 질문에 민 위원장은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 분석 결과 졸업생·재학생 간 학력 격차, 재학생 내 성적분포 등에 있어 예년과 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출제하는 데 있어 예년 기조를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올해 교육계에서는 고3 재학생 가운데에도 최상위권은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는 반면, 중하위권은 성적이 하락하는 ‘학력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수능 출제 관계자들은 그러한 특징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예년 기조’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정인실 수능 검토위원장은 “올해 6월·9월 모평은 지난해 수능 수준 난도를 유지하는 기조로 출제됐다. 하지만 재학생과 졸업생 특성 관련 특별히 다른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학력 양극화에 대한 특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수능은 기본적으로 학업 성취도 평가가 아니다. 대입전형에 필요한 자료로 활용(한다는 점에) 가치가 있다.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년 수준 난도를 유지하고자 이번 수능에서도 노력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7.43%를 기록한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이 올해 9월 모평에서 5.75%로 줄어든 것을 놓고 던져진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도 ‘예년 기조 유지’라는 말이 나왔다. 올해 수능 영어 출제 경향을 묻는 질문에 민 위원장은 “영어는 절대평가 취지를 살려 예년 기조를 유지했다. 특별히 등급 간 인원수를 조정하는 등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 위원장에 따르면 ‘예년’은 ‘지난해’를 의미한다. 민 위원장은 영어영역 답변 과정에서 “예년의 기조라 함은 작년 수능의 기조를 말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수능 당일 출제 방향·경향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예년 기조 유지’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매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나 수능 출제위원장·검토위원장 등 수능 출제 관계자들은 “예년 기조를 따랐다” “어렵게 출제하지 않았다” “고교 교육과정을 준수했다”는 말을 언급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민 위원장은 예년 기조 유지를 수 차례 말한 데 더해 “특히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조심했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며 난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매년 언급되는 단어지만, 올해는 유독 같은 말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결국 ‘불수능’에 가까운 어려운 시험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만만치 않았던 지난해 수능의 난도를 답습한다는 것은 곧 ‘불수능’이 될 것이란 말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한 대입 전문가는 “한 해 전 국어가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묻힌 감이 있지만, 지난해 수능도 결코 쉬운 난도가 아니었다. 절대적인 국어 난도가 높은 편이었으며, 수학 나형은 특히 어렵게 출제됐다. 지난해 수능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은 올해 수능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고 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